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새롭게 내정하면서 내각 쇄신을 단행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은 개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개각 폭은 좁았다. 꼭 필요한 자리만 바꿈으로써 20대 국회 첫 장관급 인사청문회 부담감을 줄이고 집권 후반기 국정을 안정되게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4대 구조 개혁과 경제 활성화, 창조경제·문화융성 등 남은 국정 과제를 완수해 나가도록 집행력 중심으로 새 내각을 구성했다. ▶관련기사 5면
16일 박 대통령은 문체부 장관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 원장, 환경부장관에 조경규 현 국무조정실 2차장을 각각 내정했다.
조윤선 내정자는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을 `그림자 수행`을 했고, 집권 후에는 여가부 장관과 청와대 첫 여성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이로써 문체부 장관까지 현 정부에서 세 차례나 중용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조 내정자는 문화·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분”이라면서 “정부와 국회에서의 폭넓은 경험과 국정 안목을 토대로 문화·예술을 진흥시키고 콘텐츠, 관광, 스포츠 등 문화 기반 산업을 발전시켜 문화 융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 후 `원년 멤버`로 교체 필요성이 지속 거론돼 온 농림부와 환경부 장관 자리에는 행정고시 출신의 정통 관료들이 발탁됐다.
김재수 내정자는 30여년 동안 농림축산식품 분야에 재직하면서 농식품부 1차관, 농촌진흥청장 등 주요 직책을 맡아 왔다. 조경규 내정자는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과 사회조정실장,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등을 거쳤다.
김성우 수석은 김 내정자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 분야를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경쟁력을 제고, 농촌 경제 활력을 북돋워 나갈 적임자”, 조 내정자는 “정부 각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 관련 현안을 조화롭게 풀어 나가고 친환경에너지타운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각각 평가했다.
차관급 4명에 대한 인사도 함께 발표됐다. 차관 인사에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청와대 출신 관료들이 일선 현장에 배치됐다. 국무조정실 2차장에 노형욱 현 기재부 재정관리관을 임명했다. 노 신임 2차장은 기재부 사회예산심의관, 복지부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하며 정부 부처의 경제·사회 정책 전반에 걸친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에는 정만기 현 대통령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임명했다. 정 신임 차관은 산업부 산업기반 실장 등 부처의 주요 보직을 역임한 산업 및 무역정책 전문가다.
이 밖에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박경호 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농촌진흥청장에 정황근 현 농축산식품비서관을 각각 임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탕평인사를 건의하면서 호남 인사 발탁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새 장관 내정자들은 서울과 영남 출신이다. 노 국무조정실 2차장만이 유일하게 전북 순창 출신이다.
3개 부처 개각을 놓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집권 후반기의 국정 목표를 성공리에 달성하기 위한 `적재적소 인사`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야당은 국정 쇄신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목적이 실종된` 개각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으로 통해 국정 쇄신, 민심 수렴, 지역 탕평도 없는 `3무(無) 개각`이라고 성토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