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31> 모델 T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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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가게에 들어섰다. 네 가지 색깔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붉은색, 흰색, 노란색, 회색. 네 개의 계산대와 네 가지 메뉴. 햄버거, 프라이, 셰이크, 음료수가 전부다. 이곳에서 4라는 숫자는 혁신을 나타낸다.

다양함과 고객 만족도 사이에서 `인앤아웃 버거`는 이렇게 4를 선택한다. 단순한 구매, 단순한 생산, 단순한 서비스. 끝없이 새 메뉴가 더해지고, 다양성이 중요한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간결함으로 경쟁했다.

베인&컴퍼니 파트너인 마크 고프레드슨과 키스 아스피널은 당신 기업에 `혁신 받침목(Innovation Fulcrum)`은 무엇인가 묻는다. 경영진에게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은 매력 전략이다. 제품 혁신에 매달린다. 어느 순간 수익성은 부진해지고 침식당해 보인다.

두 저자는 문제는 복잡성(complexity)이라는 한 단어로 모아진다고 말한다. “경영진이 모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 중역의 70%가 그렇다고 답했죠. 그렇다고 원인이 어디 있는지 안다는 것은 아닙니다.”

두 저자는 복잡성에 직면한 경영진의 선택은 대부분 식스 시그마나 린 생산 방식이라고 한다. 어떤 부분의 복잡성은 해소된다. 하지만 가치사슬 곳곳에 숨어 있는 원인은 찾아내지 못한다. 더 깊숙이 잠복한 채 노력은 서둘러 마감된다.

혁신과 복잡함의 균형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비용은 35%를 줄이고 수익은 40% 늘일 수 있을까. 35/40 혁신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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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세 가지를 먼저 이해하라 한다. 첫째 단순한 옵션 하나가 만드는 복잡성은 기하급수다. 앞 유리창에 색깔을 입히는 옵션을 120달러에 제공하기로 한다. 재료비는 8달러, 조립 라인에서 공임은 별도로 들게 없었다. 문제는 안 그래도 복잡한 옵션에 한 가지를 더하는 것. 옵션 조합과 복잡성은 몇 배로 불었다.

둘째 린 방식이 만능은 아니다. 부품 재고를 줄이고자 했다.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식스 시그마 목표도 달성했다. 하지만 재고회전율은 7에서 멈췄다. 목표인 12에 더 근접할 수 없다. 문제는 부품 수. 옵션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부품 수는 무수히 는다.

셋째 다양성이 주는 고객의 선택 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스타벅스 라테커피는 소비자가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본은 같다. 소비자는 라테에서 이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저자들은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모델 T 분석`을 하라. 수익을 가장 많이 내는 제품을 선택하라. 최소 제품 수를 정하라. 헨리 포드의 모델 T 같은 것이다. 그다음 하나씩 추가하라. 한계비용과 한계수익을 비교하라. 어느 순간 비용이 수익을 넘어서면 복잡성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둘째 현 포트폴리오가 최적 수익을 내는지 주기 평가를 하라. 미국 자동차 빅 3가 수천 가지 옵션 조합을 제공하던 시절에 혼다는 단지 32개 조합만 제공했고, 색상은 4개에 불과했다. 비용 리더십으로 경쟁자를 압도했다.

셋째 복잡성을 관리하라. 과자 포장지를 생각해 보자. 경쟁의 핵심 요소로 보인다. 소비자에게 충동을 안겨야 한다. 공정을 복잡하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느낌은 제공하되 복잡한 방식은 피한다.

넷째 복잡성을 지연시켜라. 전 세계에서 부품을 조달했다. 맞춤식 제품 조립은 배송 직전에 배치했다. 다양한 취향에 맞추지만 규모의 경제는 유지했다.

다섯째 신제품일수록 높은 문턱을 두라. 제품을 추가할 때 복잡성은 늘어난다. 그런 만큼 재고관리단위당 수익률은 높아야 한다.

경영진에게 신제품 추가는 합리에 맞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무엇인가 혁신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수합병(M&A)하고 시장 취향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죠. 그러다보니 재고관리 코드가 3만개를 넘었습니다.”

식품 업체 하인즈는 `잡동사니 치우기(Remove the Clutter)`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1년 후 목록은 2만개로 준다. 생산·포장·원료·조달 비용은 줄었고, 매장 공간까지 넉넉해졌다. “맛을 첨가한 케첩 브랜드가 셋이나 있었습니다. 하나를 빼고는 소비자가 구분하지 못했어요.”

여러 색상의 자동차가 거리를 누릴 즈음 검정 차종의 모델 T는 1500만대가 팔린 채 단종된다. “복잡함과 혁신 사이 어디엔가 답이 있겠지요. 그것을 찾는다면 경쟁우위가 될 겁니다.” 가끔 모델 T 방식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 보라. 맞춤 방식이 한계에 왔다고 느낀다면 더욱더!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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