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선배 창업기업들이 창업투자업계에 등장하고 있다.
선배 창업기업이 창업투자사를 설립해 후배 창업기업 지원군으로 나서면서다. 선배 창업기업은 후배 기업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후배기업은 선배가 가진 자금과 창업 DNA를 전수 받는다. 선순환 모델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1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새롭게 등록된 창업투자회사 7개사 중 6개사는 벤처기업과 중견기업이 설립했다. 지난해 말까지 벤처를 비롯한 창업기업이 설립한 창투사는 12개사였다.
선배 창업기업이 창투사를 두고 후발 창업기업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선배 창업기업이 세운 창투사는 6개사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6개사가 신규 등록됐다.
올해 상반기에 등록된 창투사는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쏠레어인베스트먼트, 딜던창업투자, 스프링캠프(구 피인베스트먼트), 엘에스케이(LSK)인베스트먼트, 대한투자파트너스다.
모바일 게임 벤처기업인 파티게임즈는 지난 4월 자본금 50억원에 스프링캠프라는 창투사를 설립했다. 2011년 문을 연 파티게임즈는 `아이러브커피` `아이러브파스타` 등 모바일게임을 개발,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2014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서현석 파티게임즈 재무담당최고책임자는 “스프링캠프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기능을 수행한다”며 “잠재력을 가진 초기 기업을 발굴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치엘비(HLB)생명과학은 자본금 50억원을 투입해 LS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HLB생명과학은 에너지절약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벤처기업 에너지솔루션즈의 후신이다.
LSK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전문적으로 발굴, 투자하는 창투사다. HLB생명과학은 LSK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바이오 분야 유망 초기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창업기업 창투사 설립 움직임을 신성장 동력 찾기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성공한 창업기업이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시기와 맞물렸다는 것이다.
황보윤 국민대학교 창업보육센터장은 “성공 창업기업이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기 위한 실리적인 목적이 깔려있다”며 “팁스(TIPS) 등 정부지원이 늘어났고 2000년대 초 벤처거품 학습효과로 투자관행이 개선된 것도 배경”이라고 밝혔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성공 창업자가 투자업계에 등장하면서 투자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창업 기업인은 창업경험을 토대로 후배 창업기업이 가진 실질적인 어려움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기존 창투사에서는 재무재표를 중심으로 기업을 보수적으로 평가, 투자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선배 창업자들은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후배 창업자 태도, 됨됨이를 보고 투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배 창업기업 설립 창업투자사 (자료:중소기업청)>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