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50년]<5> 반도체 꿈 펼치자마자 접은 SK와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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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SK 선대 회장

세간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SK와 대우도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

SK그룹은 1978년 4월 경북 구미 전자단지 인근의 반도체 전문단지에 입주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해 10월 `선경반도체`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진출은 최종현 SK 선대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손관호 SK건설 전 부회장은 “최종현 회장은 1980년대 유공을 인수한 이후 다음 신규 사업으로 반도체와 이동통신을 꼽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선경반도체 출범 이후 대형 악재가 터졌다. 2차 오일쇼크가 국내외 산업계를 덮친 것이다. 폴리에스터 필름 개발과 관련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SK그룹에 2차 오일쇼크는 다른 기업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SK그룹은 반도체 사업의 투자와 지원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당시 정부는 1980년 9월 27일 대기업집단의 주력 기업 전문화 정책을 단행했다. 이 조치에 따라 선경반도체는 계열기업 정리 대상 업체로 목록에 올라 사실상 경영이 중단됐다. 1981년 7월 25일 선경반도체는 공식 해산된다. 회사 출범 이후 약 3년 만이다.

대우도 반도체에 대한 추억이 있다. 1983년 1월 27일 대한전선그룹의 대한통신이 대우전자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통신은 대우통신으로 사명을 바꾸고 조직도 개편했다. 김우중 대우 회장은 대한통신 인수로 자동차 오디오 전문 수출업체이던 대우전자를 반도체와 컴퓨터 전문 업체로 변경하려는 작업을 시도했다.

1984년 6월 대우는 캐나다 노던텔레컴과 합작법인으로 `대우반도체`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에 앞서 대우는 그해 2월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의 구미 반도체 생산 시설을 경쟁 업체인 금성반도체와 경합 끝에 낙찰 받아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노던텔레컴은 대우반도체에 반도체 기술과 최첨단통신장비에 관한 기술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4개월 후인 1984년 10월 26일 대우통신의 자금 사정이 악화돼 KIET의 생산설비 인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달 뒤 대우그룹은 반도체 사업에 대해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하게 된다. 숱한 부실 기업을 인수한 후 회사를 재생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대우지만 반도체 사업은 포기 외에 방법이 없었다.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기술 이전 기피, 고급 인력 확보난 등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우의 포기로 KIET의 구미 공장은 결국 럭키금성이 가져가게 되고, 대우는 반도체 사업 진출 꿈을 접어야만 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