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뇌 신경망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자폐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윤승용, 김동호 교수팀은 생후 초기 머릿속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미세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신경망을 가지치기해주는 `자가포식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폐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9일 밝혔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성 결핍, 소통장애, 반복적 행동 등을 보인다. 최근 30년간 환자가 10배 가량 증가했다.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생후 초기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 뇌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커진다는 사실이 관찰된 후, 뇌 속 신경망 과다한 연결이 자폐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수팀은 신경망 가지치기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에 주목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세포 중 10~15%를 차지하는 면역세포다. 뇌 속 감염이나 손상이 일어났을 때 자가포식작용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먹어치워 없앤다.
미세아교세포 자가포식작용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atg7`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를 만들어 행동을 관찰했다. 정상 생쥐와 비교한 결과 `atg7` 결손 유전자를 가진 생쥐에서 대표적 자폐 증상이 관찰됐다.
우리 안에 낯선 생쥐를 들여보냈더니 정상 생쥐는 약 220초 동안 관심을 보인 반면, 유전자 결손 생쥐는 약 150초 동안만 상호작용했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정상 생쥐에 비해 약 1.5배 높아 사회성 결핍을 보였다.
생쥐 습성인 땅에 물건을 묻는 행동을 관찰한 결과 정상군이 10개 구슬을 묻는 동안 유전자 결손 생쥐는 15개를 묻어 특정행동을 반복하는 비중이 높았다. 자폐 증세를 보인 생쥐 뇌를 해부해 신경망을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 사이를 이어주는 `수상돌기 가지` 개수가 증가된 것을 확인했다. 신경망 과도한 연결이 자폐 원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윤승용 교수는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 자가포식작용 결여가 자폐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밝혀졌다”며 “이를 활용한 새로운 자폐증 치료법이 개발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됐다. 국제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