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상용화사업 추진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결과 도출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진행되려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9월 2일까지는 `타당성 있음`으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어두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9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예타 조사를 진행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예타 결과 도출은 9월을 넘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예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KISTEP 측은 전력반도체 국책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생산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KISTEP 관계자는 “정부 자금을 들여 마련한 송도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반도체 공장 `지팸스` 등이 완전히 실패했는데 부산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지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털어놨다.
전력반도체 상용화사업은 예타 심사에서 이미 두 번 낙방한 전례가 있다. 예타는 대규모 정부 재정이 지출되는 신규 사업에 비용 효과 등 추진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제도다. 전력반도체 사업은 2012년 첫 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화합물 반도체 중심으로 기획했지만 낮은 상용화 가능성, 기술 수준 등이 문제로 지적돼 본심사도 받지 못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전력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을 주관하되 부산시와 민간이 협력해 부산 기장에 전력반도체 생산 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 지난해 말 예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전 새누리당 의원)과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부산시 기장군, 전 산업부 장관) 등이 예타 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ISTEP이 이 사업에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음에도 당장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없지 않다.
산업부 관계자는 “KISTEP 예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 기획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당초 상반기 이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늦어지고 있다”면서 “9월까지는 예타 결과가 나와야 내년도 예산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부산시는 2017~2023년 7년 동안 총 2092억원(국비 1491억원, 지방비 301억원, 민자 300억원)을 투입해 전력반도체 소자 개발과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예타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처리하거나 조정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기존의 실리콘 기반 반도체 소자 외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화합물 기반의 전력 반도체 소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산업부와 부산시는 “전력반도체 산업은 국내 10대 주력 산업의 절반인 5개 산업(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을 떠받치는 기반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