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쇼날인스트루먼트(NI)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낯설지만 산업계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이다. 계측기, 산업용 제어기, 프로그래밍 툴이자 언어인 `랩뷰(LabVIEW)`를 판매한다. 세계 3만5000개 이상 기업이 NI 제품을 쓴다. 한해 매출은 12억3000만달러(약 1조3635억원)에 달한다.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상대하는 전형적인 B2B 기업이다. 그만큼 산업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잡고 시장을 선도한다.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만난 제임스 트루차드 NI 회장은 미래 산업 전반이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2010년을 기점으로 SW가 혁신을 이끌어왔고 향후 35년간은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같은 산업 간 융합에는 SW가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테스트 대상이 SW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계측 역시 SW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다양한 기능이 통합된 제품을 테스트하려면 하나의 플랫폼을 가진 SW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I 사업도 이런 변화에 맞춰 SW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루차드 회장은 1976년 NI 설립 이래 4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직원에게 해답을 `지시`하기보다 질문하기를 좋아한다. NI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프로그래밍툴 랩뷰도 그렇게 탄생했다.
트루차드 회장은 “창업자인 제프 코도스키에게도 2년 내내 질문만 던졌고 결국 찾아낸 해답이 `랩뷰`”라며 “`금융권의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처럼 엔지니어가 쉽게 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랩뷰는 NI 핵심 경쟁력이다. 제어·계측 SW이자 사용자가 직접 기능과 로직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코딩 언어다. 애플의 모든 제품, 기술 중심에 iOS가 놓여 있는 것과 비슷하다. 제프 코도스키는 이 SW를 개발한 NI 공동 창업자다.
이 같은 조직 문화를 세계 7400여 명 직원이 공유한다. 트루차드 회장은 회장실도 따로 없다. 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칸막이만 두고 일한다. 회장은 공장, 사무실 곳곳에서 불쑥 나타나며 직원들과 함께 한다. 월급은 1달러다. 주식 배당만 받는다.
그는 “직원 채용 목표는 항상 `Best and the Brightest(영민한 인재)`였다”며 “30년 이상 내부에서 리더십을 육성했고 이들이 NI 장기 비전인 `100년 계획`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