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幕) 우주론(brane cosmology)`에 따르면 우주 공간은 11차원 세계다. 우리는 3차원 공간과 시간으로 이뤄진 4차원 막에 갇혀 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낮은 차원에 갇힌 누군가는 높은 차원의 세계를 인지할 수 없다. 우리는 2차원 스크린에 비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2차원 속의 누군가는 평면 밖에 있는 어떤 것도 인지할 수 없다. 11차원 우주에서 4차원의 `우리 우주`는 영화 스크린과 같다. 누군가 바로 앞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11차원의 세계를 볼 수 없다.
“서커스 산업의 오래된 침체에도 태양의 서커스는 지난 10년 동안 22배 성장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2004년 10월 인시아드(INSEAD)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서커스를 재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고객을 뺏는 대신 경쟁 없는 시장을 개발하는 것, 이를 `블루오션 전략`이라고 칭했다.
새로운 시장 공간을 여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 이베이는 온라인 경매라는 새 산업을 찾았다. 태양의 서커스는 레드오션의 경계를 넓히며 창조됐다. 블루오션의 특징은 무엇일까. `기술 선도(technology pioneering)` 대 `가치 선도(value pioneering)`를 보자. 그들이 찾은 13개 기업 사례는 모두 `가치 선도`에 해당했다. 꼭 새 기업이 유리한 것도 아니다. 기존의 사업 주변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고 있었다. 매력을 끄는 산업이든 아니든 문제가 아니었다. 7개는 레드오션 산업이었다. 블루오션은 멀리 있지 않았다. 두 저자는 이 세 가지 특징을 `블루오션 스냅 사진`이라고 쓴다.
하지만 `블루오션 찾기`란 쉽지 않다. 이미 성숙한 시장에서 잘 작동되는 모델에는 익숙하다. 정작 이것이 함정으로 된다. “문제는 경영진의 심리입니다. 레드오션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두 저자는 10여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기고한 `블루오션전략`과 `레드오션 함정들`에서 공간(space)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어떻게 새로운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레드오션`이란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두 교수는 6개 함정을 피하라 한다. 그것은 `고객 지향`을 시장 창조라고 착각할 때 다가온다. 본능은 기존 고객을 기쁘게 하는 것은 타당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새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전자책 사업에서 소니는 기존 고객에 초점을 두었다. 전략은 제품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 아마존 킨들은 새 고객을 생각했고, 기능은 검박했지만 많은 책을 제공했다. 전자책 시장을 2%에서 28%로 늘린 것은 킨들이었다.
틈새시장 전략이면 될 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델타는 저가항공 시장을 노린다. 여성 전문직 고객을 골랐다. 틈새시장이 분명했다. 어떤 항공사도 시도한 적 없는 세그먼트였다. 유기농 기내식, 여성 취향 음료, 기내 운동 프로그램과 거기에 케이트 스패이드 디자인의 유니폼까지. 36개월 만에 실패로 드러난다.
혁신 기술이면 해결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2001년에 시판된 세그웨이 만한 혁신 제품이 있다면 말해 보라.
자동평형 기능의 첫 개인운송 수단이었다. 작동마저 단순했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전진, 누이면 후진했다.
문제는 5000달러나 내고 구입할 고객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발자인 딘 케이먼도 우려했다. “나 같은 기술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은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가 기술에 의해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 시장을 만드는 것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가치 혁신이었다.
시장 창조가 꼭 파괴를 수반하지는 않는다. 반드시 와해되는 것일 필요도 없다.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진부하게 하는 수고도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싼 가격이 해결책도 아니다.
BMW는 알루미늄 지붕에 안전띠까지 달린 1만달러짜리 스쿠터로 함정에 빠졌지만 스타벅스, 다이슨 청소기, 태양의 서커스는 프리미엄 시장을 만들었다. 핵심은 수요에 맞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사실 블루오션 대부분은 레드오션 안에서 창조됐습니다. 레드오션 너머 어딘가에서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블루오션은 바로 가까이 있을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말입니다.”
기업 경영과 천체물리학이 전하는 지혜는 꽤나 거리가 있을 법하다. 하지만 두 저자의 조언이 기존 비즈니스의 “차원에 갇히지 마라”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두 공간, 하지만 그토록 손에 잡히지 않는 곳. 두 저자의 `블루오션 만들기`란 새것보다는 방식의 문제 아니었을까. 어떤 천체 물리학자에게 거리보다는 차원이 문제로 된 것처럼.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