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도 데이터를 만드는 데 100억원을 들였습니다. 구글은 아무런 투자 없이 다 차려진 밥상을 거저 달라는 겁니다. 정부가 국민 혈세로 만든 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주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입니다. 더 큰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가 구글 손에 들어가는 순간, 관련 자생 산업은 붕괴될 겁니다.” 한 중소기업 대표의 말이다. `무슨 지도 데이터 정도로 산업이 무너질까`하는 시각도 있겠지만 이 대표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구글은 검색과 광고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스마트폰시장까지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로 휘어잡았다. 구글은 여세를 몰아 자율주행자동차·드론·위치기반 광고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중요한 것은 새 서비스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지도 데이터다. 구글이 우리 정부가 구축한 5000분의 1 대축척 지도 데이터에 눈독 들이는 이유다.
우리나라 대형 포털 양대 축인 네이버·다음도 강력한 검색엔진과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앞세운 구글 공세에 밀리는 상황이다. 정부 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내주면 포털과 중소 지리정보시스템(GIS) 엔진개발 업체는 고사 위기에 처한다. 구글 시장 지배력에 지도 데이터가 결합하면 사실상 업계표준(디팩토)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쟁 우위에 있다는 지도 서비스도 맥없이 무너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는 구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이어갈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자동차나 드론 시장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신청했을 때 정부는 국내에 서버를 둘 것과 주요 안보 시설을 보안 처리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구글은 본사원칙이라며 거부했다. 현행법을 어겨가며 외국 반출을 허락해 달라는 생떼에 가깝다. 자기 기업원칙은 중요하고 남의 나라 법은 어겨도 된다는 얘긴가.
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 건은 오는 12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여는 `측량성과(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협의회 제2차 회의`에서 판가름 난다. 구글에 종속되는 순간 우리(포털·GIS산업)는 갈라파고스가 된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