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표준 퍼스트무버로 역할 바꿔야

국제표준은 모든 산업 활동의 가늠자다. 국제표준에 따라 세계 산업트렌드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이 앞 다투어 국제표준화기구 활동을 강화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임원 중 산업계 인사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의장·간사·컨비너 168명 가운데 산업계 인사가 14명이다. 나머지 인사는 대학교 등을 포함한 학계가 84명을 차지했다.

기업 위주로 국제표준화 활동이 이뤄지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로크웰, 지멘스 등 세계 산업 자동화를 선도하는 기업은 표준 활동에 임원이 8명씩 참여한다. 일본은 기업표준담당관(CSO)을 신설하고 산업계 국제 표준화 활동 강화한다.

우리 산업계는 표준제정 작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선진국이 개발한 표준을 바탕으로 인증 받아 사업화하는 추격자 전략을 구사한다. 중소기업은 표준화 활동 참여가 어렵고 참여하는 대기업도 단기성과에 주목한다.

국제표준화 활동에 기업참여가 저조하면 그만큼 표준과 산업과의 괴리는 커진다. 표준화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몇 년 뒤 전시회에서 보게 되는 결과를 얻는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산업계 표준화 참여 유도방안을 고심한다. `제4차 국가표준 기본계획`에 중소기업 표준화 활동 참여 지원과 `표준 리더 기업` 선정 제도를 담았다. 이 정도로는 국제표준 제정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시장과 산업에 밀접한 표준 대응이 필요한 때다. 표준 제정 작업에 있어서는 패스트팔로어가 아닌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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