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하나로 여러 대의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멀티탭(한꺼번에 여러 코드를 꽂을 수 있는 장치)`과 동일한 기술이다. 아파트나 공공주택, 충전소에서 한꺼번에 18대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전기차 확산에 대전환기가 마련됐다.
한국전력공사는 분전반과 하나의 제어기로 최대 18대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멀티 소켓형 충전시스템 개발을 완료,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한전전력연구원과 피앤이시스템즈, 한전KDN이 공동 개발했다. 올해 안에 전국 아파트 4곳에 시범 설치·운영한 후 민간 사업자도 활용하도록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공유된다.
소켓용 충전시스템은 아파트·건물 등 전력 수전 용량이 이 최소 130㎾h가 확보된 수용가이면 어디든 설치·운영할 수 있다. 수전 용량이 일정 기준 미만인 수용가에는 수전 용량에 따라 소켓 수를 줄여 사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최초 아파트나 건물에 유입되는 전력을 개별 수용가나 실내외 조명 등에 전기를 배분하는 분전반, 30인치 TV 크기의 제어기 한 대, 소켓 18개로 구성된다. 전용 계량기가 포함된 소켓은 전기차 충전 케이블을 꽂을 수 있는 콘센트로, 설치 환경에 따라 주차장 벽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충전 전력은 일반 완속충전기(7㎾h급)와 같아 배터리 용량이 28㎾h인 전기차 완전 충전에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제어기로 18대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한다. 전기요금이 싼 심야 등 시간대를 설정할 수 있으며, 전력 피크 시 소켓별로 전력 출력량을 조절할 수 있다. 전기요금 과금을 위한 사용자 인증은 RFID나 비밀번호 등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한전은 시범사업을 통해 최대 18대의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해당 수용가(건물·아파트)에 자체 사용하거나 다른 수용가로 재판매할 수 있는 V2G(Vehicle to Grid) 사업도 검증할 방침이다. V2G를 적용해 18대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를 한 곳에 모으면 최대 500㎾h 규모다. 이는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300kWh)을 감안할 때 1.7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국전력은 한전뿐만 아니라 건설 업체나 민간 충전 사업자에게도 관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연구원과 민간이 소켓형 충전시스템 검증을 위해 올해 안에 아파트 4곳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일반 충전기보다 저렴하면서 별도의 전용 주차면이 필요하지 않아 충전 인프라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V2G 기술을 이용하면 수용가의 전력피크 관리나 전력 수요반응(DR) 등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