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근무하던 A씨는 박사 학위를 소지했지만 10년 동안 근무한 연구원을 떠나야 했다. 비정규직인 데다 `입바른` 소리를 한다고 상급자에 찍혀 버티기 어려웠다. 이의 제기를 해도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았다. 대학으로 옮겨 지금은 시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에 근무하던 B씨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삶의 진로가 바뀌었다.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이 쉽지는 않았다. 결혼도 해야겠고, 우선 어디든 들어가서 뭘 해보자는 생각으로 IDEC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결혼 상대로 만나는 사람은 정규직을 원했다. IDEC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힘들어 몇 개월 허송세월하다가 타지로 떠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 25곳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지난 5월 말 현재 394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규직 전체 인력 1만1862명의 33%에 해당하는 숫자다. 2011년엔 비정규직이 50%(전체 1만 85명 대비 5205명)가 넘었다.
추혜선 의원(정의당)이 2011~2016년 25개 출연연 인력 현황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숫자가 정규직보다 많은 기관도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수는 지난 2011년 5205명에서 2014년 4521명으로 약 14% 줄었다.
그럼에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올해 5월 기준 정규직이 384명, 비정규직이 230명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정규직이 690명, 비정규직이 465명이다. 비정규직은 모두 연구직 및 지원인력 기간제 근로자다. 생기원은 2011년엔 정규직 448명에 비정규직이 531명이었다.
이 밖에 한국화학연구원이 정규직은 410명, 비정규직은 199명을 보유하고 있다. 민영화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은 화학연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정규직 206명에 비정규직이 119명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줄긴 했어도 여전히 기관마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박사급 인력 중심으로 왜곡된 출연연의 인력 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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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