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닌텐도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닌텐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의 혁신 사례로 꼽혔다.
일본 정보기술(IT)업체가 줄줄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때 닌텐도는 DS와 위(Wii)를 내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 당시 닌텐도는 각각 매출 1조8386억엔(약 20조원), 5552억엔(약 6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 이후 모바일 게임에 자리를 내주며 수년 동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무너진 신화`의 예로 거론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기간에 닌텐도는 30년 만의 적자, 인원 감축, 임금 삭감 등 서서히 침몰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던 닌텐도가 최근 `포켓몬 고(Go)`를 내세워 모바일의 강자로 돌아왔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 몬스터를 잡는 게임이다. 출시 며칠 만에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정식 출시가 안 된 우리나라에서도 100만 다운로드를 가뿐히 넘어섰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변화의 부적응자로 취급받다가 스마트폰을 발판 삼아 드라마틱한 `혁신 아이콘`으로 복귀했다.
여기에서 2008년 던진 물음표를 또다시 던지게 된다.
“왜 한국에서는 닌텐도 같은 회사가 출현하지 않는가?”
결국 많은 이가 닌텐도 같은 혁신 아이콘 부재를 법과 제도에서 찾는다. 혁신이 일어나기에 너무 많은 규제의 울타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전상 의미의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으로 정의돼 있다. 이제까지 이뤄지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다.
18일 우리 IT 업계에는 중요한 이정표가 하나 만들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 결정이다. 7개월 이상의 심사숙고 끝에 내려진 일이니만큼 존중해야 할 결정이다.
공정위의 경쟁 제한을 이유로 한 M&A 불허 조치가 극히 드물다거나 합병 시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기준 문제 등은 차치하더라도 아쉬운 뒷맛이 가시지 않는다.
이번 M&A를 반대하고 나선 경쟁 통신사나 지상파의 `유료방송 지배 우려`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혁신의 잣대에 부합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두 회사의 합병 신청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이라는 혁신의 사전적 의미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합병이 정체된 유료방송 시장의 메기가 되고, 국내 콘텐츠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을까. 이번 결정이 `새로운 방법으로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라는 혁신의 완성형이 되지 못했다는 후회가 남을지 모르겠다.
여름휴가철이 본격 시작됐다.
여름휴가는 1년의 절반에 해당된다. 6개월 동안 치열하게 살아 낸 삶에 대한 보상이고, 나머지 절반을 위해 재충전을 하는 시기다. 회사와 국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정말 치열한 시간을 보내 왔다. 또 다른 60년을 위한 `혁신의 길`이 무엇인지 숨 한 번 고르고 가면 좋겠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