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에 5톤 규모의 1단 엔진 6개를 묶어 30톤 추력으로 상용로켓을 발사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상용발사체가 될 것이다.”
지난 10일 유한책임회사로 등기를 낸 신동윤 페리지 로켓 대표 얘기다.
신 대표는 “현재 탑재체 ㎏당 200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우린 작고 싸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1㎏에 100만원 정도 드는 쉬운 발사체를 만들어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리지 로켓은 10대와 20대 초반 대한민국 젊은이로 구성된 발사체 도전 기업이다. 우주선발사체와 우주발사체 원천기술 개발, 우주발사체 성능시험 시설 개발 및 개량 사업을 진행한다. 우주발사체 자세제어 및 항법시스템 등도 개발하고 개량하는 일을 주로 한다.
2012년 아마추어 우주로켓 단체 `마루`로 출발했다. 이름도 높이 솟아 보자는 취지로 하늘이나 꼭대기라는 의미인 `마루`로 정했다. 신 대표가 행신중 3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처음 로켓 발사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때 매료됐어요. 동생 때문에 유학갈 기회가 생겨 캐나다 워털루대 수학과를 지원했죠. 수학은 모든 학문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요.”
신 대표는 김포고를 자퇴한 뒤 캐나다로 건너가 세인트캐서린고를 다녔다. 졸업시험(GPA)은 4.3 만점에 4.29점을 받았다. 아이큐 158로 멘사에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지금까지 독학하며 기술을 개발했다. 로켓 관련 논문만 수백편을 읽었다.
페리지 로켓 멤버들의 이력도 독특하다.
로켓엔진 테스트 스탠드를 개발하고 있는 김성은씨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이다. 거창고를 다니다 중퇴하고 2014년부터 페리지에 합류했다.
전자설계를 맡은 송영진씨는 충남대 물리학과 1학년이지만 휴학생이다. 로켓이 좋아 활동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고교생도 있다. 박동세군이다. 신 대표는 인터넷 상에서 논쟁하다 만난 `똑소리 나는` 후배로 소개했다. 용인외대 부설고 3학년인 박군은 일명 `엄친아`다. 아버지가 Y의대 학장이다. 박씨와 신 대표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최한 콜라스 우주경진대회에 함께 나가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페리지 로켓은 현재 액체 추진제 로켓 엔진 성능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달 5톤 규모의 1단 엔진 연소시험에 들어간다.
김성은씨는 “현재 항공대와 충북, 부산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면서 “시험발사체는 고도 140㎞ 목표로 내년에 발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사체 1단짜리를 묶어 2018년 말까지 시험할 예정이다. 오는 2020년께 1~2단을 총 5대 시험 발사를 할 계획이다.
이들이 액체 엔진에 주목한 건 세 가지 이유다. 우선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액체 로켓 엔진이 무겁다는 것, 비추력이 낮다는 것, 연소가 불안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송영진씨는 “우리 연구는 첨단 원천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페리지 로켓의 추력 5톤 규모 고효율 액체 엔진은 높이가 0.7m다. 작고 싸게 만들어서 여러 번 쏘는 것이 목표다. 지향점은 가장 저렴한 발사체 생산이다.
500㎏ 정도 되는 탑재체를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데 드는 원가는 5억원으로 잡았다. 탑재체 운송 비용을 현행 대비 20분의 1로 대폭 끌어내릴 계획이다.
1단 엔진 추력은 30톤으로 정했다. 발사체 전체 무게는 24.7톤, 발사체 높이는 23m 정도 된다. 전체를 모듈화해서 단기간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최단 3주일이면 생산할 수 있다.
수요는 걱정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이 우주 인터넷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대표는 “개발 예산이 문제다. 전체로 상용화까지 200억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스페이스 솔루션이나 미국 사운딩 로켓, 초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 등 주변 사업으로 돈을 벌어 가며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동안 장학금과 소프트웨어(SW) 개발 등으로 벌어들인 돈 약 1억원을 투입했다”면서 “우리를 믿고 지원해 줄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