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최종 불허했다. 유료방송과 이동통신 시장 경쟁제한 가능성 높다는 이유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결정이 남았지만 사실상 M&A가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고착화된 방송통신 시장 구조 개편은 물론 M&A로 활로를 모색하려던 케이블TV 업계 전략에 제동이 걸리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건을 심사한 결과 경쟁제한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소매와 도매시장 등 방송·통신 시장에서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최대 쟁점인 유료방송서비스의 권역별 시장획정에 대해 “CJ헬로비전 23개 방송권역별로 사업자별 시장점유율, 케이블방송 실제요금이 모두 상이한 점을 비춰 볼 때 실제 경쟁도 각 방송권역별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유료방송시장의 지리적 시장을 지역별로 획정했다고 덧붙였다. 유료방송 규제가 전국 단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권역별 규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업계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이어 경쟁제한성 측면에서 M&A 이후 CJ헬로비전 23개 방송권역 중 21개 구역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21개 권역에서 시장점유율이 46.9%~76.0% 이르고 2위 사업자와 격차도 최대 58.8%에 이르는 등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7개 지역이던 1위 유료방송 지역에 4개가 새롭게 추가된다고 밝혔다.
케이블TV(SO)와 IPTV 사업자 간 기업결합으로 케이블TV가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가 한 기업이 되면서 요금인상 억제력이 약화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점쳤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 소매 시장 경쟁 압력이 크게 감소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CJ헬로비전이 이통사를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기업으로 역할을 해왔지만 M&A가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 시장 경쟁 도매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의 판매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CJ헬로비전 가입자를 기반으로 유료방송 시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공정위는 “기업 결합은 과거 방송통신 분야와 달리 수평·수직형 기업결합이 혼재돼 있어 경쟁제한적 우려가 여러 경로를 통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며 “행태적 조치가 일부 자산매각으로는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가 M&A를 불허하면서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위 결정과 다른 의견을 내놓기가 어렵게 됐다. 공정거래법에 의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뒤집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이의 신청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M&A를 통해 시장구조를 개편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케이블TV 업계의 희망은 구현이 어렵게 됐다. 케이블TV 인수 역량을 가진 다른 통신사업자 역시 이번 결정으로 인해 대부분 케이블TV 인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플랫폼 확대와 콘텐츠 지원 강화 등 M&A 이후 추진하려던 3대 추진 계획에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CJ헬로비전 역시 M&A 무산에 대비해 분위기를 추스르고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 늑장심사로 영업활동 위축, 투자홀딩, 사업다변화 기회 상실로 영업이익과 미래성장성 하락을 호소해왔다.
유료방송 시장은 지금과 같은 IPTV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시장점유율 30%에 육박하는 KT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 확대를 위해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유무선 결합상품 공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케이블TV 업계에는 앞으로도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동안 관심 밖으로 멀어졌던 이동통신상품과 `동등결합` 논의가 구체화되고 개별 SO 간 M&A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