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스탄불 공항은 지금…“여행객에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악몽”

쿠데타는 끝났을지 몰라도 터키를 방문하거나 거쳐 가야하는 여행객들에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쿠데타가 끝난 16일(현지시각) 저녁 9시 25분 터키항공으로 그리스를 떠나 이스탄불을 경유해 한국으로 향해야했던 기자는 항공편 취소로 발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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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실패를 축하하는 터키 이스탄불 공항 앞 시위대

쿠데타 소식을 듣고 걱정에 15일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 16일 아침 7시가 되자마자 터키항공에 전화를 걸었지만 닿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교부 사이트는 먹통이 돼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러다 터키항공 사이트에 `공항이 정상화됐다`는 공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사태가 해결된 줄 알았지만 오후 1시 넘어 비행기가 취소됐다는 한국 여행사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이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데이터무제한 로밍을 급하게 가입하려했지만 SKT 고객센터는 기다리라는 말을 하다 끊어버리 길 여러 번이었다. 게다가 여전히 터키항공의 전화는 걸리지 않았고 그 길로 짐을 싸들고 공항으로 향했지만, 그리스 전 항공사의 이스탄불행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럽 다른 지역을 경유하는 비행기도 없었다. 결국 터키항공이 제공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새벽이 되자마자 공항으로 향했다. 기자와 같은 처지의 여행객들이 이미 터키항공 부스에 줄을 서 있었다. 기자가 겨우 받은 티켓은 17일 아침 9시 40분 테살로니키를 떠나 13시간을 이스탄불공항에서 대기한 후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티켓이었다. 그나마 기자는 나은 편이었다. 언제 재개될 지 기약 없는 항공편이 많았던 것이다. 여기저기 `플리스(Please)`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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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터키 이스탄불 공항 입구

이스탄불 공항은 사태가 더 심각했다. 경유 편이 취소돼 이스탄불에서 발이 묶이고도 티켓조차 얻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경유 티켓을 제공하는 오피스의 줄이 너무 길어 접근이 불가할 지경이었다. 비어있는 벤치는 찾아보기도 힘들었으며 아예 담요를 깔고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터키항공이 제공하는 호텔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공항 밖을 나왔으나 이 마저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공항 내 호텔 데스크에서 3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방을 얻을 수 있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터키항공의 서비스는 꽤 잘 조직되어 있었다. 30-40여명씩 그룹으로 나눠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대기하는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음료수와 샌드위치 등을 제공했다.

호텔에 와 보니 어떤 이는 이틀 치 숙박을 제공받기도 했다. 아무리 5성급 호텔에 3식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도 전혀 부럽지 않았다. 이틀 동안 티켓을 주지 못한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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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 경유편 티켓을 얻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사태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무엇하나 쉬운 게 없었다. 새벽 1시 2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11시에 호텔을 나섰으나 공항에 도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작 4㎞ 떨어진 호텔에서 공항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20분. 그 중 30분은 꽉 막힌 공항 도로에서 내려 걸은 시간이다. 공항 입구에는 쿠데타 실패를 축하하는 시민들이 한바탕 집회를 벌이고 있었던 것. 북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모든 걸 뚫고 공항에 도착했으나 역시나 여권심사 줄은 너무 길었다. 이제 20분 후면 비행기가 떠날 시간이지만 난 여전히 `대기` 중이다. 그래도 집에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으련다.


이스탄불(터키)=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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