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미국 벤처 투자 조성액이 1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톰슨로이터는 올해 2분기 미국 벤처투자조성건 수와 조성 금액은 각각 67건과 88억달러(약 10조원)였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벤처펀드 조성건과 조성액은 각각 124건, 229억달러로 닷컴붐 시대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FT는 몇몇 선도 스타트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벤처캐피털 조성액 증가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글로벌 투자자가 벤처펀드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67건 중 19건은 상반기에 처음 조성된 신규펀드였으며 48건은 이미 조성된 후속펀드였다. 신규펀드는 건수기준으로 1분기 대비 19% 늘었고 후속펀드는 6%감소했다.
1분기 신규 조성 펀드 중 가장 큰 펀드는 리버티뮤추얼스트래티지벤처가 조성한 1억5000달러 펀드였다. 기존 펀드를 포함하면 안드레센호로비츠가 15억달러를 조성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PCB 디지털성장펀드(Digital Growth Fund)가 10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톱5 펀드가 전체 조성금액 45%를 차지했다. 1분기 톱5 비중은 39%였다.
FT는 하반기에도 펀드 조성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벤처캐피털은 아시아 투자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2개 대형 펀드가 이 지역에서 조성됐다. 벤처캐피털 DCM벤처는 총 7억7000만달러 투자금을 조성했다. 텐센트, 바이두, 소프트뱅크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DCM벤처는 30억달러 가량을 운용 중이다. 이 회사는 카카오톡에도 투자했다. 미국과 아시아지역에 분리투자할 계획이다.
또 IDG캐피털은 10억달러 투자금을 조성완료했다. 투자금은 중국과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된다. 바이두, 텐센트, 소프트뱅크, 그리(Gree), 네이버는 두 펀드에 모두 참여했다.
데이비드 차오 DCM벤처 파트너는 “아시아 기업 벤처 투자 참여 확대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며 “특히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분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3~4년 전 중국 벤처투자자는 미국이나 일본, 한국 모델을 따라잡는 `미투`(me-too) 전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이 실리콘밸리 기업 투자 붐을 이끌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