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가 미국 대선전에 등장하는 등 열풍을 이어갔다.
미 언론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포켓몬 고 이용자를 겨냥해 “16일(현지시각) 오후 1∼2시 오하이오 주 매디슨 공원 포켓스탑 겸 체육관에서 힐러리를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캠프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매디슨 공원 포켓스탑에 가서 `유혹 모듈`을 설치할 것”이라며 “우리와 함께 어울리면서 포켓몬을 잡고 전투를 하는 동시에 유권자 등록을 하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알아봅시다! 어린이들 환영!”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힐러리 캠프는 포켓몬 고를 이용한 홍보가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힐러리는 최근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 유세장에서 “누가 포켓몬 고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면 그들이 투표장에서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게 할지 궁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시간 주 공화당도 이 게임을 이용해 집집마다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대선 캠프 이외에도 포켓몬 고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한 피자가게는 유혹 모듈을 설치하고 매출이 75% 늘었고, 미국 이동통신업체 티모바일은 내년 8월까지 포켓몬 고 게임을 데이터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놨다.
포켓몬 고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닌텐도 주가도 지난 15일 6년 만에 최고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15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닌텐도 주가는 전날보다 9.8% 오른 2만7780엔에 거래를 마쳤다. 2010년 중순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켓몬 고를 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인 인도네시아에서도 게이머들이 오토바이 택시인 `오젝`을 타고 포켓몬 사냥에 열중하는 등 포켓몬 고 열풍이 불어닥쳤다. 자카르타와 반둥 등 인도네시아 대도시에서 최근 오젝을 이용해 포켓몬 사냥을 하는 사용자(유저)들이 크게 늘었다. 인도네시아 대도시는 거의 종일 차량이 정체되고 매연이 많아 다른 나라처럼 산책 삼아 시내를 걸으며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기 어려운 곳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20대 청년 톰 커리는 포켓몬 전업 사냥꾼이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 화제가 됐다. 6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톰 커리는 게임 속의 모든 포켓몬을 잡기 위해 최근 바리스타로 일하던 카페를 그만두고 2개월에 걸친 사냥에 나섰다. `포켓몬 고`는 구글지도와 위치정보 시스템, AR 기술을 결합한 게임이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게임 앱을 실행하면 구글지도 상에 포켓몬의 위치가 표시되고, 현실에서 해당 지점 주변을 비추면 화면에 숨은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 포획하는 방식이다. 뉴질랜드 남단에서 북단까지 횡단을 시작한 커리는 매일 아침 커피가 든 보온병과 우비, 점심 도시락을 배낭에 싸들고 포켓몬을 잡으러 다닌다. 게임 속에 숨은 151마리의 포켓몬 중 이미 90마리를 포획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