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홍수까지 미리 알려준다...`영향예보` 세계 최초 시행한 영국을 가다

기상위성·슈퍼컴퓨터·레이더·라이다 등 현대의 각종 첨단 기상장비로 예보 적중률이 크게 높아졌지만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기상기구는 “위험기상 영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기상청과 방재기관이 풀어야 할 과제”라며 해결방안으로 `영향예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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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상청.

일기예보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이 영향예보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영국은 지난 2007년 여름 대홍수 때문에 경제적 손실만 6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영향예보를 도입했다.

폴 데이비스 영국 기상청 예보총괄실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한국 기자단과 만나 “홍수로 인한 피해의 원인을 단순히 강우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며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백서를 만드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영향예보의 시초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은 2년여 연구 끝에 2011년부터 위험기상 매트릭스를 활용해 확률을 기반으로 위험도를 예보하는 `국가위험기상경보서비스`(NSWWS)를 시작했다. 위험 매트릭스 가로축은 `잠재적인 영향의 정도`(취약성)를, 세로축은 `재해 발생 가능성 정도`(노출)를 표시하는데, 각각 4단계씩 나눈다. 경우의 수는 16개이지만, 크게 색깔별로 4단계(녹색,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로 분류된다. 가령 눈과 관련된 위험 매트릭스면 세로축은 적설량이, 가로축은 해당지역이 눈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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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예보 위험 매트릭스.

영국 기상청은 또 내각과 보건부, 환경부, 국가해양학센터, 홍수통제소 등 공공·민간부문 17개 조직의 연합체 `자연재해파트너십`(NHP)를 구성하고 영향예보를 하기 위한 `재해영향모델`(HIM)을 개발하고 있다. 2011년에 설립된 NHP는 자연재해에 대한 정보, 연구·분석 결과 제공을 통해 더 효과적인 정책과 통신 서비스를 영국 전역의 비상사무국, 지방자치단체, 사회공동체에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4개 재해가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우선 바람, 홍수, 산사태 3가지 재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해영향모델 가운데 가장 먼저 완성된 것은 차량전복(VOT) 모델이다. 2013년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는 이 모델에서 재해는 임계치를 초과한 돌풍이다. 적재하지 않은 대형화물차와 소형화물차, 화물을 실은 대형화물차, 승용차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각각 초속 23·26·36·35m의 풍속 임계치를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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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라이스 영국 기상청 홍수예보센터장이 영향예보에 대해 설명했다.

재해영향예보는 실전에서 바로 실효성을 입증했다. 2013년 12월 5일 초속 60m가 넘는 60년 만의 최악의 겨울 폭풍이 유럽 북서부를 강타했다. 이날 VOT 모델은 오전 9시께 영국 남쪽 지역 여러 도로에 최상급 경보(빨간색)를 발령했고, 이 시간대 해당 도로들에서만 7대의 차량이 전복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기상청 영향예보센터 관계자는 “당일 영국 전역에서 87건의 차량 전복사고와 운송 지장 사건들이 발생했는데, VOT 모델의 경보와 시·공간적으로 상당수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은 홍수에 대한 영향예보 모델을 개발중으로 올 여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데이비스 프라이스 홍수예보센터장은 “지형·지표의 상태, 경사도 등 정보를 바탕으로 수량을 15분 간격으로 계산하고 산업, 교통, 인구이동 수 등의 정보를 함께 넣어 위험도를 분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지역에 하루 341.4㎜의 비가 내렸을 때 홍수 영향예보 모델에 따라 처음으로 최상급 경보(빨간색)가 발령됐다.

할리 쿠트발 세계기상기구 공공기상서비스 과장은 “(영향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협력과 협동이다. 영향예보를 위해서는 기상 관련 전문가들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예보 정확도는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재해를 막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재해의 위험까지도 고려한 4~7일 전 사전경보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상청은 올해를 영향예보 원년으로 하고 8월부터 태풍 영향예보를 시범 실시하는 등 시스템을 구축한 뒤 2020년께부터 정식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마련중이다.

엑서터(영국)=기상청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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