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장비 양산 라인에 도입 땐 후방 산업계 지형도 변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7나노 반도체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주를 놓고 정면 격돌했다. 애플과 퀄컴 물량 확보를 놓고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인다. 10나노에선 TSMC가 애플을, 삼성이 퀄컴 물량을 수주해 `무승부`를 기록했다. 7나노에선 한 쪽 업체가 양대 고객사 물량을 모두 가져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마크 리우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개최된 2016년도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우리 7나노 칩은 전력소모량(Power), 성능(Performance), 면적(Area)을 의미하는 PPA 지표에서 경쟁사(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내년 1분기 7나노 칩 테이프아웃을 시작하고 2018년 초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파운드리사업팀도 7나노에선 TSMC를 따돌릴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삼성은 올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서 비공개로 개최한 고객사 대상 삼성 파운드리 포럼 현장에서 TSMC 공정과 비교했을 때보다 `완벽한 7나노`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7나노 칩 테이프아웃과 양산 일정은 TSMC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0나노 애플 칩 파운드리 물량은 TSMC가 전량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퀄컴 물량을 삼성전자가 뺏어오면서 대형 고객사 수주 경쟁은 무승부로 끝났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생산용량이 충분히 확대됐기 때문에 7나노에선 한쪽 기업이 애플, 퀄컴 물량을 싹쓸이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수주에 실패한 기업은 생산라인 상당 부분을 놀려야 하므로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7나노부터는 기술적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리우 CEO는 “내년 1분기 ASML의 최신 EUV 장비인 NXE3400을 2대 공급받아 7나노 칩 생산에 일부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5나노 칩을 생산할 때 EUV 장비가 대량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7나노 파운드리 공정 라인에 EUV 장비 도입할 계획이다. 장비 종류는 NXE3400, 도입 시기는 내년 2분기다. 이와 관련해 정은승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이 상반기 네덜란드 ASML 본사로 날아가 장비 데모를 확인하고 구매 논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대 파운드리 업체가 EUV 장비를 양산 라인에 도입하기 시작하면 후방 산업계 지형도도 변할 전망이다. 장비 분야에선 멀티 패터닝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식각·증착 장비 수요가 적어진다. 대기 상태에서 공정이 진행되는 이머전 장비와 달리 EUV 장비는 진공 상태에서 공정이 진행된다. 진공 장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EUV 웨이퍼 계측 검사 장비와 전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 PR), 마스크, 마스크를 보호하는 레티클 시장도 개화할 전망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