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컴퓨터 인터넷 시대를 지나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국내 IoT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3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2년에는 22조9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IoT는 의료, 교통, 제조, 유통, 교육 등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까지 파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파급력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빠르게 IoT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관련 업계는 경제·사회 혁신 수단으로 IoT 진흥정책을 발표하거나 기업 간 동맹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 흐름을 읽고 대비해 국가 차원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오랜 시간 정보기술(IT) 강국의 지위를 다져 온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컨설팅 전문 기업 액센츄어가 발표한 `IoT 구현 순위`에 따르면 미국, 스위스·핀란드, 스웨덴 등이 상위에 랭크돼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호주 뒤를 이어 12위다. IT 강국이라는 이름에 비춰 보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IoT 시대에 직면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 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IoT 구현 순위 1위를 차지한 미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주도의 스마트그리드 사업부터 헬스케어, 스마트 오피스 등 실생활 적용에 초점을 둔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 프로젝트를 대통령 혁신 전문가 프로그램으로 수행하고 있다.
상위권에 있는 유럽은 국가 표준기구의 하나인 사물인터넷관리유럽클러스터(IERC)의 주도 아래 교통, 스마트홈,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 14개 분야에서 차별화한 IoT 서비스 개발과 시장 정착을 위해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처럼 우리도 정부 차원의 일원화된 컨트롤타워를 마련한 IoT 융·복합 서비스 상용화 정책이 필요하다. 정보·통신 관련 소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 6월 `인터넷 신산업 육성 방안`을 통해 IoT 기반의 신산업 시장 확대와 해외 진출 지원, 연구개발(R&D)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5월에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초연결 디지털 혁명의 선도 국가 실현을 위한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을 발표, 국내 시장 규모를 2013년 2조3000억원에서 2020년 30조원까지 키우고 관련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목표로 세웠다.
민간 차원의 조직 체계와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나 단체가 필요하다. IoT 생태계 구축에서 네트워킹을 담당하는 통신사, 이를 이용한 디바이스 개발 기업, IoT 환경 구축과 시공을 담당하는 시공업체는 어느 하나도 빠질 수 없는 동반자 관계에 있다.
이종업계 간 협력 강화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관련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민간 차원에서도 클러스터나 기업 간 동맹체 같은 구심점 역할을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일부 관련 단체에서 IoT 관련 전시회 및 포럼 등을 개최하고 있다. IoT 산업 전반에 대한 발전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민간단체와 기업 간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해 줄 수 있는 단체를 중심으로 한 민간 차원의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
그 구심점 역할은 IoT 서비스 제공의 필수 요소인 정보통신설비(시스템), 전문 기술 인력, 유· 무선망 인프라 구축 등 관리 전반에 걸친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관련 법·제도와 기술 관리가 가능한 단체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통신사, 디바이스 개발업체, IoT 환경 구축을 위한 시공업체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 및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수반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컨트롤타워와 민간 조직 체계의 유기적인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민간 조직 체계에서 구심점 역할을 맡은 단체와 정부 컨트롤타워는 IoT 산업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IoT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업력과 공종 결합으로 구성돼 있다. 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법, 제도 측면에서 신속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빠른 환경 변화에 상응하는 지원을 위해서는 민간 및 정부 컨트롤타워와 긴밀한 업무 공조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IoT 융·복합시대의 생태계 변화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완성을 의미한다. IoT 발전이 가져올 사회·문화 변혁은 작게는 우리 생활에서부터 크게는 국가 미래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을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IoT 전쟁 속에 살아남을 방법은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통한 강력한 정책 추진과 민간 기업 간 긴밀한 협력뿐이다.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창수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csm@ki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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