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드로젠이 22일 인천 문학주경기장에서 개최하는 드론 레이싱 대회 `D1그랑프리`는 여러 모로 독특하다. 국내 최대 규모인 총 상금 1억원을 내걸었지만 출전 조건이 까다롭다. 출전 가능 기체는 물론이고 선수 소속에도 제한을 뒀다.
기체 튜닝 없이 조종 실력으로만 `진검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다. 입상 경력이 있거나 드론 관련 협회 소속이어도 출전할 수 없다. 많은 기체를 파는 것보다 아마추어 동호인이 즐기는 `축제`를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흥신 드로젠 대표는 “기존 대회처럼 개인이 기체를 제작하게 하면 조종 기술 이전에 튜닝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유리한 게임을 하게 된다”며 “결국 불평등한 게임이 되기 때문에 출전 가능 기체를 로빗 시리즈로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 DRL(Drone Racing League)도 이머전RC 드론으로만 경기를 치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원브랜드 대회가 추세”라고 강조했다.
국산 스포츠 드론 활성화도 노린다. 드로젠은 카본 프레임, 볼트, 비행제어장치(FC), 프로펠러 등 주요 부품을 국산 기술로 생산한다. 자작 기체 출전을 허용하면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기체가 대회장을 메울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인 만큼 국산 드론 활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드로젠 판단이다.
이번 대회는 기체 판매보다 드론 문화 활성화가 강조됐다. 최대한 많은 선수 등록을 받으면 기체 판매 수입이 늘지만 오히려 참가 자격을 엄격히 제한했다. 기존 대회 수상자와 협회 소속 선수는 출전할 수 없다. 이들은 가장 큰 잠재 고객이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가 제한된다. 아마추어 동호인의 등용문과 축제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흥신 대표는 “이번 대회에는 300~320㎜급 기체가 활용되는 만큼 250㎜급 기체를 주로 사용했던 기존 선수가 아닌 새로운 이들을 위한 대회”라며 “유명한 플라이어, 최대한 많은 선수가 참여하면 기체 판매 수입이 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드론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D1그랑프리 주최로 대회 시스템 체계화를 시도한다. 행사장에 자동채점 시스템 개발 인력을 투입한다. 개발된 시스템은 차기 대회에 활용한다. 다른 협회나 해외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 드론 완제품 외에 콘텐츠 플랫폼을 파는 새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대부분 레이싱 대회에서 지연 문제가 발생하지만 자동채점 시스템을 개발하면 정확하고 효율적인 대회 운영이 가능하다”며 “해외에서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물건이 아닌 문화를 파는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