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배터리에 직접 물 뿌리지 마세요"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번엔 휴가지에서 전기차를 빌려 타볼까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이 시원한 여름 한때를 보내면서 지구온난화도 조금 늦춰보자는 순수한 뜻에서 출발했지만 아직은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있다. 하지만 다음 5가지 사용법이자, 대처법만 기억한다면 전기차 사용과 안전에 관한 문제는 대부분 해소된다.
①“충전 걱정 너무 안 해도 됩니다”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역에는 15분 안팎 시간에 배터리 80% 이상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00여곳을 비롯해 약 400곳에 설치돼있다. 전국 대형마트와 할인점에 200여기 완속충전기가, LG베스트?, 자동차 정비센터, 한국전력 사업소 등에도 완·급속충전기 400기가 비치돼있다. 충전소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충전을 하려면 앱(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된다. 다른 사람이 충전 중인지, 고장 여부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일반 차량용 내비게이션에도 충전소 위치가 표시되고 렌터카 업체나 환경부 환경공단, 포스코ICT 등 정부 기관이나 서비스 업체 스마트폰 앱이나 웹 지도 안내를 받으면 걱정할 일이 없어진다.
②“충전방식은 지켜야 합니다”
차량마다 정해진 충전방식과 코드 구분이 있다. 렌터카 회사에서 정확히 설명하겠지만 정해진 규격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충전을 하겠다는 급한 마음에 규격이 다른 충전기에 꼽거나 시도하면 큰 사고나, 차량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충전방식은 개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차량 마다 정해진 방식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공공기관은 2012년부터 정부 전기차 보급 사업에 따라 당시 출시된 현대차 `블루온`이나 기아차 `레이EV` 등 규격에 맞는 3㎾h급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한 시간 동안 충전량을 3㎾에서 7㎾h로 갑절 많은 전기를 충전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인데, 공공 충전기에 간혹 3㎾h급 케이블이 꽂혀 있을 때가 있으니, 충전기 코드가 같더라도 반드시 올바른 규격인지 확인한 후 충전해야 한다.
③“화재 시 배터리에 직접 물 붓지 마세요”
전기차에는 여러 화학 물질과 특성이 다른 전기 장치가 많이 들어간다. 운전자 안전 매뉴얼 숙지가 꼭 필요하다. 대다수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차량 사고·화재 발생 시 진압용으로 분발 소화기나 물 사용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발화점이나 2차 화재지점에 배터리가 위치해 있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분말 소화기의 주성분인 인산이수소암모늄(NH4H2PO4)은 물을 쉽게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분말이 음·양극재,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 코어 셀과 만나면 화재가 더 커질 수 있다. 배터리의 전기 충전량이 적을 땐 위험이 아주 낮지만 충전량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땐 추가 2차 화재를 불러올 수 있다. 물을 이용한 화재 진압 역시 위험하다. 금속성 리튬은 수분과 만나면 충전량에 따라 코어 셀의 각종 탄소재로 불이 옮겨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배터리 위치를 확인하고 화재 유형에 따라 알맞은 화재 진압방법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④“주행 중 배터리 방전 알람이 울려도 당황하지 마세요”
전기차 주행 중에 충전소를 찾지 못했거나, 냉난방기 사용으로 배터리가 다 방전돼 차가 멈추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혀 당황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모든 차량은 차 계기판에 배터리 잔량이 `0`으로 뜨더라도 차량에 따라 5㎞에서 15㎞ 이상 주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혹 배터리 방전으로 차가 멈추더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아직 제주에 한해 운영 중이지만 일부 렌터카 업체가 비상용 긴급 충전 서비스 차량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 차량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장착해 장소와 상관없이 방전된 전기차의 충전을 돕는다. 이 서비스는 육지로도 곧 확대될 예정이다. 운전자는 에어컨이나 히터 이용 시 차량 계기판에 나오는 배터리 잔량 표시가 20~30% 줄어든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유용하다.
⑤“전기차 오너도 임의 개조 안돼요”
마지막으로 자기차로 운전하는 소유자도 자신의 전기차를 안전하게 오래 타려면 임의 개조를 하지 않아야 한다. 임의로 상시전원을 쓰는 블랙박스를 개조·설치하거나, 충전구의 습기 관리 등 부주의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 배터리와 상관없이 발화점이 차량 보닛에서 발생한 사고도 발생했다. 보통 조수석 앞쪽에는 충전에 필요한 충전구가 있다. 겨울철 습기로 정전기나 외부 노출이 빈번한 충전구에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전기장치에 손상을 입혔을 수 있다. 또 운전자가 임의로 상시전원을 쓰는 블랙박스를 개조·설치했다면 이 또한 전기장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초 노르웨이에서도 테슬라 전기차 `모델S` 충전구에 충전 플러그를 소켓에 갖다 대는 순간 스파크가 튀면서 차량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기차 전문가 박철완 박사는 “배터리 손상이 일어나지 않은 화재는 일반 차량 가이드대로 해도 무방하지만 배터리 손상이 있을 땐, 리튬 전지 특성상 걷잡을 수 없이 추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화기는 분말소화기가 아닌 하론 소화기 같은 전용 소화기를 사용하고, 물을 사용할 경우엔 물을 떠다 붓지 말고 소화전에서 당겨와 끊임없이 물을 공급해 불을 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허가받지 않은 기술자가 차 특성을 모르고, 전기장치에 손상을 입히는 개조 등 행동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