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최동규의 알쏭달쏭 지재권 이야기>(8)발명은 내가 먼저 했는데, 특허는 다른 사람이 받았다면?

특허청장으로 부임 후 “기껏 열심히 발명했더니 다른 사람이 비슷한 제품으로 특허를 먼저 받았다”라는 하소연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특허를 먼저 출원한 자에게 우선권을 주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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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원 시기를 놓쳤다고 사업을 중단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럴 때 내 제품이 공개된 시기와 상대방 특허가 출원된 날 사이의 선후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상대방 특허가 출원되기 전에 내 제품이 시장에 먼저 나왔다면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특허권은 출원 이전에 선의로 사업을 영위한 자에게까지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내 제품이 상대방 특허출원일보다 앞서 공개됐다며 해당 특허는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럼 내가 국내에서 특허를 받은 제품을 외국에서 모방하고 있다면? 아쉽지만 해당 국가에 특허를 출원해 먼저 등록받지 않았다면 특허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국가에서 특허를 받으면 그 나라에서 생산하거나, 그 나라로 수입돼 들어오는 제품에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와 반대로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국내에서 모방하는 것은 괜찮을까. 우리나라에 특허가 등록되지 않았다면 만들어 파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내가 특허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외국에서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특허는 받을 수 없다. 특허권 효력은 특허받은 나라에만 미치지만 특허는 세상에서 새롭거나 진보된 기술에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괜히 남의 특허를 모방해 곤욕을 치르기 보다는 수고스럽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시장 진입을 계획한 모든 국가의 특허권을 신속하게 확보해야 할 것이다. 특허제도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때문이다.

최동규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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