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자는 특허품 판매 후에는 구매자가 제품을 임의로 처분해도 특허침해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를 `특허소진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제한요건`이 붙으면 특허소진론을 적용하지 않고, 외국에서 먼저 판매된 제품의 국내 특허권은 행사할 수 있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렉스마크, “제한요건과 지역에 따라 특허소진론 달리 적용”
프린터 업체 렉스마크는 미국 국내외에 `일반형` 및 `1회용` 프린터 카트리지를 판매해 왔습니다. 일반형은 구입 후 임의 처분이 가능하지만 1회용은 사용 후 제품을 렉스마크에 반납하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리셀러 업체 임프레션 등은 렉스마크가 미국에서 판매한 1회용 제품과 외국에서 판매한 일반형·1회용 제품을 가공해 재판매합니다. 이미 특허가 소진됐다고 본 것이죠.
특허권자인 렉스마크는 침해소송을 제기합니다. `1회용`에는 제한요건이 있고, 해외 판매품의 미국 특허권은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소송 쟁점은 제한요건이 딸린 제품, 그리고 해외에서 먼저 판매한 특허품에 특허소진론을 적용할 것인지입니다.
◇임프레션, `콴타 판례`와 `커트생 판례`로 대응
임프레션은 연방대법원이 `콴타 판례`(2008년)에서 특허권자는 판매된 특허품 재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연방항소법원(CAFC) `말린크로트 판결`(1992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해석했습니다. 말린크로트 판결은 적법하게 판매한 특허품에는 특허소진론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린 사건을 말합니다.
또 해외 판매로 특허가 소진되지 않는다는 CAFC `재즈 포토 판결`(2001년) 대신 연방대법원 `커트생 판례`(2013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커트생 판례는 태국에서 구입한 책을 미국에서 판매해도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으로 마무리된 사건을 말합니다.
◇CAFC, 임프레션 주장 모두 기각
지난 2월 CAFC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임프레션 주장을 모두 기각합니다.
CAFC는 `제한요건이 붙은 특허품`을 재가공해 판매한 행위에는 `말린크로트 판결`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방법 특허인 `콴타 판례`와는 경우가 다르고 특허권자가 특허품 판매·제조 계약을 체결할 때 명확하고 적법한 제한요건을 붙이면 특허권이 유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외 판매품`의 소진론 적용 여부는 `재즈 포토 판결`을 선례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커트생 판례는 저작권법 해석에만 적용한다고 봤습니다.
◇임프레션, 연방대법원 상고 신청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 특허품을 재가공해 미국으로 되팔 때는 제한요건을 꼼꼼히 따지고 미국에서 특허품을 수출할 때는 계약서에 미국 내 재판매 금지조항을 넣으라고 조언합니다. 소진론은 제한요건과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한다는 이번 판결 때문입니다.
임프레션은 연방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했습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특허권자 보호범위를 좁혀가는 연방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지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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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