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위한 `사잇돌 대출` 우여곡절 끝 출시...저축은행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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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잇돌` 중금리 대출 상품이 5일 출시됐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1호 가입자, 강병세 서울보증보험 전무(오른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9개 은행 전국 각 지점에서 중금리 신용대출인 `사잇돌 대출` 판매가 시작됐다.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중·저신용자에 연 6~10% 금리로 1인당 2000만원 한도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중금리 대출에 공을 들였던 저축은행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5일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NH농협·전북·제주·수협은행 등 9개 시중은행은 사잇돌 중금리 대출 상품을 일제히 내놓았다.

중금리대출 상품 시장은 지금까지 저축은행이 먹거리 사업으로 시장을 키워왔다. 지난해 연말부터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약 3000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잇돌 대출이 나오면서 중금리대출 수요고객이 대거 상품을 갈아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중금리대출 상품 금리는 평균 연 10~15%대다. 특히 사잇돌 대출은 시중은행에서 받는 대출로 저축은행 대출과 달리 신용등급 평가에 유리하다.

시중은행 사잇돌 대출 판매로 그 동안 중금리 대출 판매에 적극적이었던 저축은행 업계는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제 2금융권 죽이기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의 금리구간과 중간신용등급 타깃 고객층이 저축은행과 정확하게 겹친다”며 “지금까지 은행들이 등한시 하던 중금리대출을 저축은행이 열심히 했는데 시중은행에 먹거리를 뺏기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면 상관없지만 저축은행은 광고규제로 사실상 마케팅 활동도 못하고 있다”며 “저축은행 대출 시 신용등급하락 문제 보완책도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잇돌 대출은 정부 홍보성 정책으로 대출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간 신용등급자가 아닌 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선 4~7등급자에게 사잇돌 대출을 내줄 것이라 했지만 깐깐한 은행들이 제대로 대출 운용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간신용등급자는 저축은행이나 은행 어디서든 중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저신용자는 그렇지 못한데 정부가 이왕 큰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면 이쪽(저신용자)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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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잇돌 중금리 대출`은 신용도 4~7등급자에 최대 2000만원까지 제2금융권보다 낮은 연6~10%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이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잇돌 대출 과대 홍보논란도 상품 출시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 임원을 회의에 불러 사잇돌 대출 홍보 방안을 논의하면서 홍보비를 강압적으로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금융위 담당 과장과 7개 은행 마케팅 또는 개인금융 영업 담당 임원이 참석해 사잇돌 대출 홍보비용 갹출을 위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상품 홍보를 위한 관치금융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홍보방법, 비용 등에 관한 사항은 각 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이날 회의에서 홍보방안이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한편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출시된 사잇돌 대출에 대해 “중·저신용 서민이 필요한 자금을 적정한 금리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따뜻한 금융`의 대표 사례”라며 사잇돌 대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현장에 주문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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