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빈`이란 용어가 식별력을 보유해 `더 커피 빈` 상표보다 늦게 등록된 `커피빈 칸타빌레`는 무효라고 판결한 지난 2013년 대법원 판단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 커피 빈`은 도형과 결합돼 발생하는 식별력 때문에 상표로 등록됐으므로 용어만 따로 떼놓고 식별력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재료명인 `커피콩`을 뜻하는 `커피빈`(coffee bean)은 사회 전체 소유여서 특정 개인에게 독점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커피빈`은 도형과 결합돼 등록된 상표”
나종갑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2013년 대법원이 `더 커피 빈`(The Coffee Bean) 상표권자인 미국 인터내셔날 커피 앤드 티가 자사보다 10년가량 늦게 상표로 등록된 `커피빈 칸타빌레`(coffee bean cantabile) 상표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인정한 이른바 `커피콩 사건`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열린 한국지식재산학회 학술대회에서 “지난 1998년 용어와 결합된 도형 덕분에 등록된 상표인 `더 커피 빈`에서 등록 당시 식별력이 없던 용어인 `커피빈`만 떼어내 사후적으로 식별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대법원이 `창작한 부분만 권리를 인정한다`는 상표권 법리를 무시하고 `커피콩`을 뜻하는 `커피빈`이란 용어에 독점권을 인정해 사회 전체가 누려온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커피빈`이 특정 커피 체인점을 가리키는 의미로 통용된다고 해도 이는 2차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커피콩`이란 1차적 의미보다 우선권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원고 주장처럼 “상품과 영업 주체에 혼란을 가져오는 행위라면 부정경쟁행위금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 바뀌어야”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박종학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도 “`커피빈`이란 용어는 식별력이 없고 도형 덕분에 상표로 등록이 됐을 것”이라며 “실무를 담당하는 동료 판사들도 대법원 판결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박준우 서강대 로스쿨 교수 역시 “기본적으로 (나 교수와) 같은 입장이며 식별력은 `고유 식별력`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구분해 봐야 한다”며 “커피빈 사건 판결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코리아세븐의 `커피빈 칸타빌레`가 상표로 등록되자 인터내셔날 커피 앤드 티는 자사가 1998년부터 등록해 사용 중이던 상표 `더 커피 빈`에서 `커피 빈` 부분이 식별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커피빈 칸타빌레` 상표등록이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2013년 대법원이 이를 수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커피빈 칸타빌레`가 상표로 등록된 2009년에는 `더 커피 빈` 상표가 사회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애초 식별력이 없었거나 미미했던 `커피빈` 부분도 소비자가 특정 서비스 출처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원고 주장을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특허법원은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수요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커피빈 칸타빌레` 상표등록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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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