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세계 첫 투명 PI 개발…이웅열 코오롱 회장 뚝심 10년 `결실`

코오롱은 지난 2005년 미국 듀폰과 일본 가네카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폴리이미드(PI) 양산에 성공했다. PI는 뛰어난 내열성과 기계적 특성을 띠는 소재로, 우리나라에서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우주항공, 방산 분야에 한정된 희귀 기술이었기 때문에 독자 개발이 쉽지 않았지만 코오롱은 1998년에 연구, 7년 만에 선발 주자들을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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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은 `세계 1등 제품을 개발하자`는 이웅열 회장의 독려에 PI 양산 직후인 2006년 `무색(Colorless)` PI 개발에 착수했다. 무색, 투명한 PI를 개발하면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로 사용되는 유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10년 만에 투명 PI 개발의 꿈을 이뤘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개발을 이끌어 온 강충석 상무는 “2005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색 PI 필름 상업화를 성공한 후 차세대 PI는 세계 1등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면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경쟁사보다 먼저 개발해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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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 연구원들이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 개발이 주목 받는 이유는 미래 가치에 있다. 폴더블과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제품 상용화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PI는 지금까지 상용화된 플라스틱 가운데 열적·물리적·전기적 특성이 가장 우수, 형태를 변화시켜야 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기판 소재로 활용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PI는 노란색을 띠었다. 현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로는 무방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일례로 화면을 접었다 펴는 폴더블과 투명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무색, 즉 투명해야 한다. 폴더블의 경우 디스플레이 안쪽과 바깥쪽 모두에 영상이 표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광소재(OLED)에서 나온 빛이 기판 위와 아래로 모두 투과되는 것이 필수다. 유색 PI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유색 PI는 기판 위, 한 방향으로 밖에 빛을 보내지 못한다.

투명 디스플레이 역시 같은 이유다.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색이 없는 투명 소재가 필수다.

강 상무는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제품은 투과형에 플렉시블한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기 때문에 투명한 재료와 소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대되는 또 다른 효과는 핵심 소재의 국산화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로는 유리, 외부 충격에서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커버 윈도에는 강화유리가 각각 사용됐다.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가 강화유리 대표 제품이다.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강국임에도 이런 유리는 100% 수입에 의존했지만 앞으로 투명 PI로 대체될 전망이다. 형태 변화가 중요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대를 맞아 딱딱한 유리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배병수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투명 PI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유리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양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의미 있는 기초 소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조만간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시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강 상무는 “(투자 결정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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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 중앙기술원 연구원들이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1998년폴리이미드(PI) 연구개발(R&D) 착수

○2002년PI필름 파일럿 라인 구축

○2005년PI필름 양산 개시

○2006년무색 PI R&D 착수

○2007년삼성·LG전자 휴대폰용 PI 승인

○2008년PI필름 합작법인 SKC코오롱PI 설립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