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3차원) TV 열풍이 한 때 대한민국을 몰고 지나갔다. 영화 아바타의 영향 때문이었다. 콘텐츠 부족, 고가의 3D TV 보급 한계 등으로 열풍은 식었다. 하지만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3D 디스플레이는 두 눈을 이용해 실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을 제공하는 영상표시 장치를 말한다. 사람의 눈은 가로 방향으로 약 6.5㎝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 왼쪽과 오른쪽이 약간 다른 이미지를 본다. 이런 현상을 `양안시차`라고 하는데 이 양안시차로 사물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3D는 이를 모방해 평면 영상정보에서 입체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3D 기술은 영상으로도 실제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은 현실감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특수안경을 쓰지 않는 무안경 방식의 3D 디스플레이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무안경 3차원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현재까지의 평면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새 영상 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안경 없이 TV, 모니터, 휴대용 표시기기 등을 입체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의료 현장의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에서 보듯 3D 영상 시스템은 의료에 입체적이고 정밀한 정보를 인간이 인식할 수 있게 해 정보 이해도와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환자 환부에 여러 개 구멍을 뚫은 뒤 복강경 수술 기구 대신 3차원 확대 영상의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넣고 의사가 몇 미터 떨어진 콘솔에서 원격조정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3D의 높은 해상도를 기반으로 최대 15배로 확대한 이미지로 좋은 수술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수술하는 의사의 손 움직임이 디지털화돼 집도의의 미세한 손 떨림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D 기술은 자동차 운전과 비행, 전투기 비행, 모터보트 면허 교습 등 교육과 전투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도 입체적인 시각정보를 제공한다. 실제상황과 다르지 않은 교육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3D는 기술적 완성도와 콘텐츠가 결합하면 영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특수안경의 불편함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품질이 우수한 3D 콘텐츠 시장이 축소되고 안경방식의 3D 영역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3D 디스플레이는 사람의 양 눈에 각각 다른 영상을 제공해야 해 광학적 기술 적용이 필수적이다. 안경방식은 광학적 편광 현상과 컬러필터 기술을 적용한다. 현재는 특수안경을 이용한 방식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 3D 디스플레이 안경에는 적청, 편광, 셔터 안경 등이 있다.
무안경 방식은 크게 액정 배리어, 렌티큘러 렌즈, 지향성 백라이트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입체감을 위해서는 시청자 좌우 눈이 각각 좌우로 분리된 영상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액정 배리어 방식은 빛을 차단하는 슬릿을 영상 패널 앞면이나 뒷면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렌티큘러 렌즈는 영상 패널 앞면에 렌티큘러 렌즈 시트를 붙이는 것이다. 지향성 백라이트 방식은 고속으로 좌우 영상을 구동해 지향성 백라이트가 좌우로 분리된 광을 조사해 3D를 구현한다.
무안경 방식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다시점, 초다시점, 집적영상, 체적형, 홀로그램 방식 등이 있다. 홀로그램 방식은 영화 등에서 가장 많이 소개됐다. 이 방식은 가장 완벽한 무안경식 3차원 표시기술이다. 그러나 빛의 여러 특성 중에서 가장 조절하기 어려운 회절 특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가장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은 다시점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일정 개수의 위치에 다른 영상을 볼 수 있게 해 특수안경 없이 입체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특수 안경없이 3D 영상을 볼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제한돼 동시에 볼 수 있는 사람 수가 매우 적다. 이를 영화관처럼 다수가 볼 수 있게 범위를 넓히려면 입체 영상 해상도가 낮아진다. 고해상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해상도에 불만이 생기게 될 우려가 있다. 무안경 방식은 안경 방식보다 화질이 나쁘고 심하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반면 1인 시청용 기기인 휴대폰, 노트북, 모니터 등은 두 개의 시점만으로도 무안경 3D를 구현할 수 있다. 무안경 3D에서 해상도 손실을 줄일 수 있어 휴대폰같은 1인 시청용 기기는 무안경 3D를 우선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TAO라는 우정성 산하 연구소에서 초다시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정보통신연구소에서 개발한 다시점 기술은 200인치라는 대형 사이즈로 입체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KIST에서 안면추적 방식의 상용 3D 노트북과 유사한 형태의 안구추적 방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KIST는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관련 원천 특허 출원과 등록을 마쳤다. 이 밖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부품연구원, 서울대 등에서도 상용화를 목표로 홀로그램 원천 기술을 연구 중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