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30일까지였던 환경책임보험 가입 시한을 3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기업·사업장이 가입시한을 놓쳐 무더기 과징금을 맞는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연장된 9월 말까지 의무가입 대상이 많아 기업 부담과 혼선은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마감 예정인 환경책임보험 가입기한을 3개월 유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부 환경책임보험 의무가입 사업장에서 촉박한 일정 등을 이유로 산업부에 가입 기한 연장을 요청했고, 산업부가 제도 관할부처인 환경부에 업무협조 의견을 전달하면서 유예안이 급진전됐다. 지난 28일 현재 전체 의무가입 대상 사업장 1만3000여곳 중 절반가량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책임보험은 환경오염 리스크가 높은 법정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사고 발생에 대비해 의무가입하는 제3자 배상책임보험이다. 2014년 제정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에서 정하는 환경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자는 이달 말까지 환경책임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고, 사업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6개월 이하 영업정지 등을 받을 수 있다.
의무가입 대상은 환경오염 발생 리스크가 내재된 특정대기·수질 배출시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과 석유류 제조·저장시설 등 1만3000여곳으로 의무가입 시설이 하나 이상 설치된 사업장은 전체에 대해 환경책임보험에 들어야 한다.
사업장별 위험물질 취급량·배출량 등에 따라 적정 보험료가 산정되는데, 고위험군인 가군은 300억원, 중위험군인 나군은 80억~100억원, 저위험군인 다군은 30억~50억원을 보장하는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연간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보험료가 책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총 보험료는 700억∼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부는 일단 마감일인 30일까지 보험가입 현황을 집계한 후 가입기한 유예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동부화재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AIG손해보험 등 환경책임보험 판매 보험사에 의무가입 사업장 조사표가 약 80% 제출됐기 때문에 마감일까지 보험가입이 다수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도 환경책임보험 가입 일정이 사업장 입장에서 다소 촉박하게 잡힌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손해보험사가 해당 보험상품을 마감 보름전인 지난 16일에야 출시한데다 손해보험 `빅2`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아예 환경책임보험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의무가입 대상 사업장 중 일부 중소기업과 영세한 곳은 아직 조사표 조차 제출하지 않거나, 폐업한 곳도 있어 환경부가 직접 현장 방문으로 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형섭 환경부 환경보건관리과장은 “30일까지 환경책임보험 가입 현황을 집계한 후 가입기한 유예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보험 미가입에 따른 과징금 등 행정처분은 각 지자체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즉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입기한 유예 결정이 며칠 늦어지더라도 사업장에 불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