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가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원지라면 춘천은 국내 바이오 산업단지 효시다. 춘천이 국내 바이오산업 요람으로 탄생하게 만든 주역이 바로 전주수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장이다. 강원도청, 춘천시청 등에서 신산업 기획 및 육성을 전담하며 1998년 춘천이 국내 최초 생물산업시범도시로 지정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춘천부시장을 역임한 후 올해 1월 친정과도 같은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장으로 부임했다. 국내 바이오 시범도시 발원지라는 명성과 춘천시 지원, 바이오시장 성장 등에 따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전주수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장은 “지난해 기준 춘천바이오타운에만 55개 바이오 기업이 입주했고, 연매출은 3200억원, 수출은 514억원, 1500명 고용창출을 달성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며 “설립 초기인 2005년과 비교해 매출은 10배, 수출은 100배 이상 커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춘천바이오타운 입주율은 98%에 달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다수지만, 공간이 없어 못 받는 실정이다. 업종별로는 체외진단, 기능성 식품, 생물소재 등 다양하다. 행정적 지원은 물론 세포 배양, 추출, 농축, 정제, 건조 등을 모두 지원하는 생산시설도 갖췄다. 입주기원장비 이용률은 전국 최고 수준인 75%에 달한다. 진흥원 보육과 생산지원으로 입주기업 매출은 연평균 21.9%, 수출은 55.5% 성장세를 보인다. 바디텍메드, 씨트리, 휴젤 등은 코스닥 상장까지 이뤘다.
기업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전 원장은 지금이 위기라고 강조한다. 대구, 오송 등 정부 지원을 받는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빠르게 성장한다. 시설 노후화, 경영 역량 부족 등 인프라, 시스템적 문제점도 발견된다. 바이오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만큼 진흥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 원장은 “최초 바이오시범단지라는 프리미엄이 없어진지 오래고, 정부 지원을 받는 오송, 대구 등과 비교해 인프라도 열악하다”며 “하지만 춘천은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바이오산업을 선택한 만큼 육성의지가 높고, 타 지자체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 산업육성이 아닌 지자체가 자생력 확보에 기반해 투자하면서 출발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춘천 바이오산업은 천연물을 활용한 생물의약소재산업과 항체를 이용한 진단기기산업에 초점을 맞춘다”며 “궁극적으로 생물의약소재산업과 진단기기산업을 접목해 메디케어산업 육성이라는 큰 그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의학은 치료보다 예방을 강조한다. 만성질환을 포함한 노화억제, 암, 성인병 등에 임상경험과 안전성이 입증된 천연물 의약이 예방의학에서도 주목받는다. 춘천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을 유치해 생약자원 재배관리 및 품질관리 수준 향상을 시도한다. 서울대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 강원대, 한림대, KIST 강릉분원과 천연물 의약산업 육성도 집중한다. 천연물의약소재 산업화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도 계획 중이다.
진단기기산업도 속도를 낸다. 헬스케어 3.0 시대에 바이오와 나노기술 융합은 필수다. 빠르게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기기 개발은 질병 치료 첫 걸음이다.
전 원장은 “산업과 기술 융복합으로 동반진단과 같이 진단과 치료 경계가 없는 기술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인 만큼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판단, 강원도와 함께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 기능성 식품 개발에서 고급 기술이 탑재된 메디케어 R&D 분야로 특화하고 진흥원과 기업간 공동 기술개발로 자립 경영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