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휴대폰 다단계`에 몰두하고 있다. 회사는 단독으로도 국내 52위(2014년 매출액 기준) 대기업이다. 공공의 자산인 주파수를 사용함으로써 공익성을 띠는 전기통신사업을 한다. 이런 기업이 불법으로 얼룩진 휴대폰 다단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위법이 적발돼 23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얻어맞고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회사와 관계한 다단계 업체 다수가 불법을 저질렀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쟁사인 SK텔레콤, KT가 다단계에서 손을 뗀 것과 대조된다. 통신업계는 LG유플러스가 `가입자 뺏기의 달콤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봤다.
◇휴대폰 다단계, 몸통은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휴대폰 다단계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리점의 일`이라며 선을 긋지만 이 회사가 다단계 `몸통` 역할을 한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먼저 LG유플러스 다단계 최대 협력사인 IFCI와 NEXT를 세운 사람이 모두 LG유플러스 출신이다. IFCI L대표는 LG유플러스 근무 경력이 있다. 지금도 LG그룹의 내부 검색시스템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과거 6개월 정도 근무했다”고 해명했다. NEXT K대표 역시 LG유플러스 직원이었다. 그는 아예 홈페이지 최고경영자(CEO) 코너에 `NEXT를 창립하기 전 15년 동안 LG유플러스에서 수많은 네트워크(다단계) 조직을 발굴 론칭시켰다`고 소개했다.
LG유플러스는 IFCI와 NEXT에 지원을 했거나 하고 있다. IFCI가 사용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10층짜리 우전빌딩 월세 보증금 6억원을 대신 내주고 있다. 이곳 임대료는 주변 부동산업자에게 확인하니 “1개층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50만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전세로는 50억원가량이지만 `다단계` 업체에는 대부분 전세를 주지 않고 월세로 임대한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대리점 지원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이 좋은 대리점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 정도는 다른 통신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NEXT가 사용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덕명빌딩 7층도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년 이상 전세금을 지원했다. 금액은 6억원이다. NEXT `대윤 사업장`에도 LG유플러스 이름이 등장한다. 삼성동 대윤빌딩 1층을 NEXT가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대윤빌딩 소유자인 대윤기업에 지난해 1월 6억원을 빌려준 적이 있다.
◇본사 차원의 지원 “가입자 뺏기 유혹 못 버린 것”
LG유플러스는 사내에 전담 부서를 두고 통신 다단계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아닌 일반인 영업을 담당하는 PS본부 내 PS영업본부에 신유통영업단 특수영업지점을 두고 다단계를 관리한다. LG유플러스 K전무가 다단계를 총괄한다. 사무실은 용산 본사에 있지 않고 강남구 역삼동에 있다. 다단계 업체와 가까운 위치다.
IFCI, NEXT 등 다단계 대리점이 주먹구구식으로 LG유플러스로부터 물건을 받아와 판매하는 게 아니라 통신 다단계 전체 밑그림을 그리는 두뇌집단이 LG유플러스 안에 있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는 대외로 `다단계는 중요하지 않다`거나 `대리점과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유치 유혹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본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끌어오기가 힘들어지자 다단계 판매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다단계 가입자 수는 단통법 시행 직후 급증하기 시작, 8개월 만에 18만여명 늘었다. 월 2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월 1만여명이 경쟁사에서 뺏어온 고객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 한 해 동안 경쟁사에서 뺏은 고객이 5만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쉽게 말해서 타사 고객을 빼오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는 휴대폰 다단계를 전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통신사업자가 다단계? 사회 논의 필요
엄밀히 따지면 통신사가 다단계를 한다고 해서 법적 문제는 없다. 방통위도 판매 지침을 지키는 한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공정위도 160만원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적법하다고 본다. 하지만 통신사가 본사 차원에서 다단계 판매에 적극 나서도 되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통신사업은 원래 정부가 해야 하지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사업자가 이를 대행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 신규허가 심사 기준의 하나로 `정보통신산업과 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 항목을 일부러 뒀다.
통신사 다단계 판매에 대해 사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 불법 다단계 판매를 제재하기 위해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에도 잘 나타난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이 자리에서 “다른 상품과 달리 5700만대의 휴대폰이 거래되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다단계 마케팅을 도입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면서 “방문판매법, 공정거래법, 단통법 등 법적 테두리를 떠나 매우 신중하고 제한적으로만 영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LG유플러스 외에 SK텔레콤과 KT마저 다단계를 대폭 도입한다면 온 국민에게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2년 통신위원회는 KTF 다단계 판매를 제재하면서 “통신서비스 특성상 다단계 모집은 통신 시장 공정경쟁 저해, 통신서비스 제공 체계의 혼란 초래, 지나친 불로소득 및 사행심 조장 등 부정적 효과가 크다”며 이의 해소 방안 강구를 정통부 장관에게 건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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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