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최동규의 알쏭달쏭 지재권 이야기>(7)특허 청구범위는 길수록 좋다?

`전기저항이 높은 탄소 필라멘트가 발열되면서 내는 빛을 사용한 전기 램프`.

에디슨이 미국 특허청에 낸 전구 특허 청구범위이다. 청구범위란 발명이 보호받는 권리범위이므로 발명자가 출원서 작성 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에디슨의 특허는 원천기술이라 청구범위가 매우 짧고 간결해 보호범위도 비교적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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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청구범위가 한두 줄로 간결하게 표현되는 특허도 있지만 한 장을 넘기는 특허도 있다. 보통 청구범위가 짧을수록 혁신적이며 돈 되는 발명일 가능성이 높지만 길고 복잡하면 권리범위가 협소해진다. 그러면 특허를 받아도 겨우 자기만 실시할 수 있고 남이 조금만 다르게 베껴도 침해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짧고 간결하다고 무조건 권리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에디슨의 변리사였다면 필라멘트의 재료를 굳이 `탄소`로 한정하지 않고 `전기가 통하는 소재` 정도로 했을 것이다. 누군가 탄소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하면 에디슨은 특허침해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구범위가 간결하면 원천기술에 가까우니 등록 받기 쉽지 않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세상에 없던 신기술이 아닌 이상 간결하면 보통 선행기술에 의해 쉽게 거절된다. 일반적으로 청구범위에 내용이 많고 탄소필라멘트처럼 구체적으로 한정돼 있으면 권리범위가 좁아져 심사관이 비슷한 선행기술을 찾기 어려워서 특허는 쉽게 등록된다.

발명의 가치에 걸맞게 적정한 청구범위로 자신의 발명을 특허로 보호해야 한다. 발명보다 청구범위가 너무 넓으면 특허를 받기도 어렵고 설령 받아도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무효가 될 공산만 크다. 너무 좁으면 특허만 받았지 돈은 안 되고 특허청 수수료 수입만 늘려줄 수 있다.

최동규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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