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생분해된다고 해놓고 분해되지 않는 1회용 식탁보나 유해물질이 섞인 놀이매트가 정부 환경제품 단속에 덜미를 잡혔다. 인체 유해한 성분을 가졌거나,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이라고 허위·과장 광고한 이른바 `짝퉁 친환경제품`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올 상반기 생활용품 등을 대상으로 친환경으로 위장한 표시나 광고사례를 조사해 47건의 친환경위장 제품을 적발하고 해당 기업에 시정 조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적발 사례로 제품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음에도 친환경·무독성 등 표현을 사용하거나, 법적 의무사항 KC인증을 받은 것을 가지고 친환경·무독성 등으로 표시·광고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한 놀이매트 제품은 유해물질이 검출됐으나 무독성·친환경, `환경호르몬 무검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광고하다 적발됐다. 또 다른 완구 제품은 KC인증을 인용해 무독성이라고 표현했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중 하나인 비스페놀A(BPA) 성분이 검출되지 않음을 뜻하는 `BPA FREE` 표시를 환경호르몬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것처럼 과장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이번에 적발된 한 식품용기 제품은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친환경 환경호르몬 무검출`이라고 과장해 광고했다. 한 소파 제품은 발암성물질인 비닐클로라이드를 주 원료로 하는 PVC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인체 무해, 친환경`이라고 표시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일회용 식탁보 중 상당수가 친환경위장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분해되지 않는 석유계 합성수지 폴리에틸렌을 주원료로 만든 제품을 `생분해성 식탁보`로 거짓 표시·광고한 제품들이 적발됐다. 적발된 가짜 친환경 식탁보 제조업체에 대해 최근 법원에서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환경부는 친환경위장 제품 소비자 피해가 늘자 시장질서 교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체계적인 시장 모니터링을 위해 6월부터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와 함께 시장감시단을 운영한다. 40여명 규모 친환경제품 시장감시단은 유아용품, 생활화학제품 등 건강·안전 관련 제품에 대해 수도권 8개 지역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친환경성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생활용품과 어린이용품으로 조사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으로 친환경위장제품 관련 법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과징금 부과 권한이 추가된다. 관련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가짜 친환경제품을 파는 기업의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다. 위반기업에는 광고 중지 명령과 위반행위 공표, 정정광고 등 조치가 취해진다. 덕분에 가짜 친환경제품을 만드는 부도덕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법을 위반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제품 환경성 관련 표시·광고 사전검토제가 도입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업의 신청을 받아 제품 출시 전에 표시, 광고의 적절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법 위반을 사전에 막고 기업의 준법의식을 높일 수 있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지난해 친환경위장 제품 모니터링 결과, 소비자는 물론 친환경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조차 친환경제품과 환경 관련 인증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는 제조·유통기업들을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교육과 홍보도 대폭 확대해 비정상적인 친환경제품 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친환경위장(green-washing)`은 명확한 근거 없이 친환경, 에코 등으로 표현하거나 공인되지 않은 임의마크 또는 자가마크를 사용하면서 친환경제품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것이다.
◇“친환경 위장 제품, 녹색제품정보시스템서 확인하세요”
친환경위장 제품 사례를 확인하거나, 친환경위장 제품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녹색제품정보시스템`을 방문해보자. 녹색제품정보시스템은 가짜 친환경제품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기업들이 제품의 환경성에 대해 바르게 표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녹색정보시스템에서는 친환경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실제 적발 사례와 국내외 공인 환경마크에 대한 상세 정보와 온라인교육 콘텐츠 등을 제공,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과 위장된 제품을 잘 가려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소비자가 친환경위장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발견했을 때 녹색정보시스템을 통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제보 시스템도 마련됐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제품의 환경성 표시에 대한 소비자·기업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녹색정보시스템 운영 외에도 가이드북, 리플렛 등을 제작해 유통매장이나 제품별 협회 등을 통해 적극 배포하고 있다. 올해에도 소비자·기업용 안내서 1만부를 추가 배포하며, 가구·완구 등 제품 카테고리별 상세 가이드북도 만들어 해당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 전달할 계획이다.
◇`친환경` 붙일 때 유의할 점, 가구 사례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제품의 전 과정 단계별로 포괄적 사용, 원료물질 사용, 사용 단계, 폐기 단계 등 4가지 유형에 따라 살펴봐야 한다. 포괄적 사용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해당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되고,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환경적인 속성과 효능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 원료물질 사용 단계에서는 `종류·사용 비율·구성 함량`을 구체적으로 표기해야 하고, 주성분이나 함량을 막연히 표현해서는 안된다. 사용단계에서는 용어를 사용한 근거가 제시돼야 하고, 그 내용은 사실이어야 한다. 폐기단계에서는 재활용 대상이 제품 또는 포장인지 아니면 그 일부분인지 확인해야 하고 종류·사용 비율·구성 함량을 명기해야 한다.
<2016년 상반기 친환경위장 제품 부당 표시·광고 시정조치 유형>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