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련 공청회에선 발언 자격 논란이 거셌다. 이날 원전 주변 지역에서 올라온 주민들은 “원전 주민도 아닌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논하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는 원전 지역 이외에 사는 다수 국민들과 정부를 향해 내뱉는 말로 들렸다.
수십년을 원전과 별 탈 없이 살아 왔지만 지난 세월이 이들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듯했다.
트라우마는 `혹시 이번에도?`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자리했다. 그동안 원전을 둘러싼 수많은 괴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사고가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사용후핵연료는 국가 이슈다. 정부는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 부지 대상을 우리 주권이 닿는 전국으로 넓혔다.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놓고 불가능한 곳을 빼 가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지금 원전이 들어선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장에 참여한 원전 지역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 처분 부지가 자신들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듯했다. 전혀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가 아니긴 하다. 적어도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은 현실상 핵연료 부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다.
핵연료를 방치함으로써 치르게 될 피해는 원전 주변 지역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가 떠안아야 한다. 누구든 여기에서 발언할 자격이 있고, 원전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원전 지역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보듬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대 주민들도 고성과 구호가 아닌 대화를 통해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그 사이에서 징검다리가 돼 줄 때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의 험로도 조금씩 헤쳐 나갈 수 있다. 트라우마는 당사자와 주변이 다 함께 노력할 때 이겨 낼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외면하고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