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시작될 고화질(HD) 지상파DMB에 지상파3사 가운데 MBC와 SBS가 빠진다. 양사가 운영 중인 지상파TV 유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푹`과 HD DMB 서비스가 겹쳐 푹 서비스 위축 가능성 때문이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DMB에 지상파 방송사 2곳이 자사 유료방송서비스 때문에 빠지면서 `공적 책임` 논란이 일 전망이다.
MBC와 SBS는 8월 시작하는 HD지상파 DMB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19일 밝혔다. HD DMB 시작 두 달도 안 남은 시점에 MBC와 SBS가 빠지는 가장 큰 배경은 두 회사의 OTT서비스 `푹` 때문이다.
MBC와 SBS는 2012년 각각 40억원씩 투자해 지상파TV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유료 OTT `푹`을 시작했다. HD DMB는 무료로 실시간 지상파TV를 볼 수 있어 푹과 일정 부분 서비스가 겹친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지특위) 관계자는 “SBS와 MBC가 푹의 실시간 지상파 서비스와 HD DMB 서비스가 겹치기 때문에 푹 가입자가 줄 것으로 판단해 HD DMB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MBC와 SBS 관계자는 “푹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과의 관계를 검토하다 보니 HD지상파 DMB 사업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MBC와 SBS의 행보는 지상파TV의 공적 책무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동안 지상파 TV는 이동 중 방송시청을 통한 시청자 복지를 추구한다며 사업 허가를 받아왔다. 정부는 2014년 지상파DMB를 재난방송 매체로 지정했다. 지상파TV는 무료로 전파자원을 활용해 DMB사업을 진행해왔다.
MBC와 SBS의 갑작스런 불참 통보에 나머지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수백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지상파DMB는 HD로 화질을 개선하면서 고정적인 제한수신시스템(CAS) 수익원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통상 CAS를 단말기에 탑재할 때 제조사는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다. 그동안 지상파DMB는 수익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했다. 저화질 때문에 시청자가 줄면서 광고 매출도 해마다 줄어들었다.
최근 지상파DMB는 대부분의 휴대폰 단말 제조사, 주요 내비게이션 제조사와 계약을 마쳤다. 지상파DMB는 삼성전자와 CAS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도 이미 고화질DMB 단말기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CAS 탑재를 합의한 상태에서 금액을 논의 중이다.
지특위에 따르면 CAS 계약으로 지상파DMB는 내년 95억~120억원 수익이 생길 전망이다. 지특위 측은 비지상파 DMB 3사도 내년 처음으로 순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KBS와 YTN, QBS, U1 등 비지상파 DMB 3사는 MBC와 SBS 없이 예정된 8월 1일부터 HD DMB서비스를 시작한다. 지특위 측은 “적자를 누적해 온 비지상파 3사도 고화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며 “꾸준히 DMB 사업으로 흑자를 쌓아 온 지상파TV가 투자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고화질 업그레이드를 푹의 유료 수익 확대에 지장을 받는다는 이유로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공적 책임의 방기”라고 비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