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특허와 비핵심사업 분야 특허 모두 소송에서 요긴하게 활용됩니다.”
자체 등록한 특허로만 침해소송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얘기다. 남에게서 사들인 특허와 비주력사업 부문 특허를 소송에서 `쏠쏠하게` 사용하는 업계 현실을 알려준 이는 반도체 전문업체 테스의 박병욱 지적재산팀장이다.
20년간 산업 현장에서 특허 업무에 종사한 박 팀장은 대만 미디어텍의 사례를 꺼냈다.
그는 “지난 2005년 파나소닉 전신인 마츠시타 전기가 미디어텍을 특허침해 혐의로 미국 법원에 제소하자 미디어텍은 2년 뒤인 2007년 매입 특허 다섯 건을 끼워넣어 맞소송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디어텍이 소송에서 사용한 매입 특허 다섯 건 중 두 건은 동종업체인 아나로그디바이스에서, 한 건은 IBM에서 사들인 특허였다. 그는 “외국 업체 중 이처럼 미리 사들인 특허를 상대 업체 공격에 사용하는 사례는 흔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미디어텍은 직접 사업을 벌이지 않는 분야에서 확보한 특허를 마츠시타 역공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자사 핵심사업은 아니지만 상대 업체 사업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수 있는 특허를 내세워 `전쟁터`를 확대해 결과적으로 상대를 더 강하게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조장비를 만들지 않는 칩 제조회사가 장비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것도 같은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마츠시타 전기는 이러한 미디어텍의 역공에 밀려 스스로 시작한 소송전을 결국 합의로 끝냈다. 미디어텍의 승리는 특허소송에서 사용할 무기를 다양한 경로로 확보하고 `맞춤형`으로 활용한 결과다.
박 팀장은 “국내 업체 중 이처럼 특허소송에 매입 특허를 활용한 사례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5~2006년 르네사스와 애플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이면서 매입 특허를 사용했다.
박병욱 팀장은 마지막으로 “대만 기업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매입 특허를 소송에 활용했다”며 “국내 기업도 이러한 특허소송 `문법`을 익히고 다각도로 소송 대응 수단을 확보해야 협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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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