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연 10톤 규모 산화그래핀 양산을 시작한다. 대규모 양산이 어려워 1kg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산화그래핀 가격을 낮춘다. 그래핀 소재를 활용한 응용기술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유희준 그래핀올 대표는 16일 경기도 시흥시 산화그래핀 생산공장 준공식에서 “매월 톤 단위로 산화그래핀 공장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이라며 “1kg당 수십만원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핀 소재를 적용한 상용제품 개발에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공장 준공식에는 경인양행, 동진쎄미켐, 대주전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 소재업체, 연구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래핀(Graphene)은 탄소 단원자층을 말한다. 벌집 모양을 한 2차원 탄소 평면이 켜켜이 쌓여 흑연(Graphite)이 된다. 흑연의 적층구조에서 떼어낸 하나의 층이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높은 전자이동도와 단단한 강도를 지녀 `꿈의 신소재`라고 불린다.
그래핀올은 시흥 공장에서 화학적 박리 방법을 이용해 산화그래핀, 환원그래핀을 양산한다. 흑연을 과망간산칼륨 등 중금속 산화제, 황산과 화학반응시켜 산화그래핀을 얻는다. 산화그래핀은 산소작용기를 포함한 탄소층을 말한다.
산화그래핀은 산소작용기를 함유하기에 탄소 고유의 전도성을 갖지는 못한다. 전기나 열 전도성이 없는 산화그래핀을 빛, 열, 화학작용으로 산소작용기를 없앤 상태가 환원그래핀이다. 이 과정에서 방열재료, 전자파 차폐 등 산업에 활용 가능한 그래핀 플레이크(Flake)를 얻는다.
그래핀올 시흥 공장은 연간 산화그래핀 10톤을 생산한다. 환원그래핀 제조설비에서는 연간 5톤의 산화그래핀을 환원그래핀으로 바꿀수 있다. 그래핀올은 20억원을 들여 660㎡(약 200평) 부지에 공장을 완공했다. 지난해 6월 `CKD 스타트업 벤처투자조합`에서 10억원을 투자 받았다.
그래핀올 핵심 기술은 정제기술이다. 산화공정 후 산화그래핀을 뽑아내는 정제 과정에서 그동안 많은 양의 산폐액이 발생했다. 통상적으로 산화그래핀 1kg을 만들 때 산폐액 1톤이 나왔다.
그래핀올은 특정한 물리·화학적 조건을 만들어 산폐액과 산화그래핀을 분리한다. 고효율 정제분리 기술로 산폐액 발생량을 100분의 1로 줄였다. 기존 산폐액과 산화그래핀을 분리하는 데 통용되던 원심분리기와 필터설비보다 공정속도도 더 빨라졌다.
무기재료 분석툴 ICP-OES 검사 결과, 그래핀올이 만든 산화그래핀은 미국 앙스트론머트리얼즈(Angstron Materials) 제품과 비교해 중금속 함유량이 10분 1 수준이다. 불순물이 적어 순도가 높아질수록 그래핀 특성이 더 잘 발휘된다.
그래핀올은 올해 미래부가 주관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됐다. 매년 11억원을 5년간 지원받아 국내 연구기관, 대학교와 공동으로 `마이크로웨이브 연속식 산화공정 기술`을 연구·개발한다.
산화공정에서 마이크로웨이브를 쪼이면 기존 16~20시간 걸리던 산화반응 시간이 20분 내로 줄어든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제품을 운반하는 형태와 비슷한 연속식 산화공정도 함께 한다. 흑연과 황산, 산화제를 한데 모아 반응시키는 배치식(batch)보다 반응시간이 단축되며 안전성도 높아진다. 그래핀올 산화반응 설비는 현재 배치식이다.
유 대표는 “마이크로웨이브 연속식 산화공정까지 적용되면 산화그래핀 가격이 1kg당 10만원 안으로 떨어질 날이 온다”며 “적용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던 거의 모든 전자재료 분야에 그래핀이 쓰일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