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업의 성공 비결은 바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다. 모바일 기기와 운용체계(OS), 인터넷 검색·광고, 소셜네트워크, 콘텐츠 서비스 등 출발선은 서로 달랐다. 각자 영역에서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둔 뒤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세를 확장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요즘 통신사업자의 위기감은 최대치에 올라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통신서비스로 창출되는 매출과 수익은 날이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할 여력은 부족하다. 날로 급증하고 있는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인프라에 지속 투자해야 한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기기는 꾸준히 늘고, 클라우드와 비디오 같은 신규 서비스는 OTT가 주도하고 있다.
경제 가치 창출이 예상되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통신사업자는 단순한 연결성 (connectivity)만 제공하는 회선사업자로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무리는 아니다.
위기감이 커진 통신사업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IoT 서비스 인프라 구축, 홈IoT를 포함한 신사업 모델 발굴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IoT는 신사업 모델을 찾고 있는 통신사업자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을 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는 수많은 기기가 연결되고 센서가 정보를 주고받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연결성, 정보기술(IT) 근간이 되는 네트워크를 손에 쥐고 있기에 IoT 초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통신사업자가 IoT 시장에서 회선 사업자 이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최고 자산이자 경쟁력인 네트워크를 IoT 환경에 맞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꿔 생태계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로 변화해야 한다.
서비스 플랫폼으로 네트워크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IoT 서비스망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 제조, 공공, 의료, 에너지, 가정, 도시 등 다방면에서 요구되는 IoT 서비스를 구현할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결된 기기나 센서 상태, 정보의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적절한 통신망을 선별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준비돼야 한다.
와이파이와 롱텀에벌루션·5세대(G) 망은 물론 로라(LoRa) 같은 저전력 통신망까지 다양한 서비스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무선과 유선망 간 연동도 필수다.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네트워크가 신규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발·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소프트웨어(SW) 기술, 가상화, 클라우드,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면 신규 서비스에 필요한 망을 빠르게 구축하고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최근 5G 무선통신 표준화 논의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서비스 지연을 최소화하는 기술 외에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핵심 기술로 다뤄지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IoT 같은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논리 망을 분리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이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 유연성 있게 네트워크를 분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준다.
수많은 기기에서 만들어 내는 데이터를 네트워크 에지 구간에서 실시간 분석 처리해 통신 망 부하를 최소화하는 `포그 컴퓨팅`, 지연을 최소화하고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가상화 기반 `분산구조 처리 시스템`과 `에지 클라우드` 등도 연구되고 있는 대표 기술이다.
이제는 플랫폼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네트워크를 플랫폼으로 전환해 통신사업자가 IoT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느냐가 미래 생존과 비즈니스 성공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함께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시장을 가진 파트너와 활발히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부 부사장jaepark@cisco.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