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신호트랜시버(VST)가 내셔널인스트루먼트(NI) 최고 인기 제품으로 부상했다. VST는 무선주파수 송·수신을 한 개 모듈에서 테스트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자가 계측 프로그램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복잡해지는 전자제품 개발 환경 수요를 등에 업고 계측 시장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제이슨 화이트 NI RF&와이어리스 마케팅 디렉터는 “VST는 2012년 출시 후 지금까지 수천 대 가량이 팔려나갔다”며 “우리가 판매한 PXI(PCI eXtensions for Instrumentation) 모듈 계측기 중 가장 성공적인 판매 실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판매 수량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다른 제품과 판매기간을 동일하게 가정하더라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VST는 2012년 NI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새로운 콘셉트 계측기다. 우선 무선신호 송·수신 테스트를 한 개 모듈에서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송·수신 신호를 각각의 계측기에서 측정해야 했다.
PXI는 한 개 프레임에 여러 개 계측기 모듈을 바꿔 끼워가며 사용하는 계측 플랫폼이다. 기능이 고정되는 박스형 계측기와 구분된다. 기능 구성을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고 개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VST는 이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모듈 일종이다.
가장 큰 장점은 이 모듈 기능조차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장된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 코딩을 사용자가 직접 바꿀 수 있다. 송·수신 신호를 변조하는 로직을 입혔다가 연산처리 로직으로 다시 바꾸는 식이다. PXI 플랫폼의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한 제품에 여러 기능이 융합되는 스마트기기 개발에 최적화됐다. 제품 개발에 요구되는 계측 항목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퀄컴은 VST 도입으로 테스트 소요 시간을 기존 박스형 계측기 대비 200배 단축했다. 경쟁사인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가 지난해 같은 콘셉트 모듈형 계측기 `M9420A VXT`를 출시하는 등 시장판도 변화를 이끌었다.
화이트 디렉터는 경쟁사 제품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NI 고유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랩뷰(Labview)`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VST 특유의 개방성은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그는 “키사이트 제품에도 FPGA가 내장돼 있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제품”이라며 “NI 제품은 고객이 랩뷰를 이용해 직접 알고리즘을 바꿀 수 있지만 키사이트 제품은 고객 스스로 이런 작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NI는 이 제품을 개발하고 실제 출시를 검토하는 데에만 4~5년을 썼다. 이용자 수요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시제품 반응을 검토해 기능을 계속 바꿨다.
화이트 디렉터는 “VST 이전에 내놨던 `IF 리오`를 기반으로 조금씩 변형을 가한 프로토타입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제품화를 가늠했다”며 “이 작업을 4~5년 거치며 처음 콘셉트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