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찾은 엠피닉스 생산 현장에서는 1㎜ 이하 광통신용 마이크로렌즈를 만드는 손길이 분주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마이크로렌즈는 데이터통신 등 광통신모듈 핵심 부품이다. 80억원이 투입된 클린룸은 1년 365일 풀가동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착용한 직원들은 전자현미경을 꼼꼼히 살피면서 제품 테스팅에 열중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고객사인 만큼 `세계 최고 품질`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외부인 출입도 철저히 차단한다.
엠피닉스(대표 강상도)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활용되는 1㎜ 이하 광통신용 마이크로렌즈로 틈새시장을 열었다. 기술 장벽이 높은 마이크로렌즈를 글로벌 수준으로 생산한다. 이 기술은 일본 알프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극히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
엠피닉스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 확보`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매출의 99%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양산이 본격화된 2014년 1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00억원대를 바라본다. 영업이익도 공개는 안 하지만 타 제조업 평균에 비해 높다. 오는 2019년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한국광산업진흥회와 시스코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0기가급 광모듈 시장은 2018년 24억달러 규모로의 성장이 예측된다. 유무선 서비스의 확대로 IP트래픽은 매년 20.8% 늘어나 13만 페타바이트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엠피닉스가 자체 개발한 공정 기술은 마이크로 어레이렌즈 제조법 등 해외 특허와 국내 특허로 나눠 총 7건이 출원·등록돼 있다.
핵심 기술은 음성과 영상 등을 수집, 보관, 관리하는 데이터센터 통신망에 필요한 광통신모듈 마이크로렌즈다. 다중 배열된 초소형 광모듈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생산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피니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엠피닉스를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다.
오승근 연구소장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데이터베이스(DB)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는 기존 통신사업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면서 “10년 이상 한 우물을 파면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 창업 후 엠피닉스는 유리 재질의 비구면렌즈 가운데 제작하기 가장 어렵고 부가가치가 높은 1㎜ 이하 렌즈에 주목했다. 이 렌즈는 레이저 광원 제어가 쉽고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은 2㎜ 이상 렌즈 시장은 이미 많은 국내외 기업이 진출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찍이 이쪽으로 눈을 돌렸다.
2014년에는 광주 첨단산단에 광통신용 마이크로렌즈와 어레이렌즈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댁내광가입자망(FTTH) 등 광통신 시장이 위축된 상태였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엠피닉스는 일본 알프스 등 경쟁사와 성능은 동일하지만 제품가격은 30%가량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때마침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착수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백승준 광학사업부 이사는 “핵심 기술은 광모듈의 시스템 광학설계와 금형제작기술, 금형을 이용한 고온고압 성형기술”이라면서 “마이크로 금형의 성형기술을 적용시키면서 부가 공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기존 제품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상도 대표는 이제 막 40세가 된 `젊은 최고경영자(CEO)`다. 광산업계에서도 젊은 세대에 속한다. 60여명의 직원들 평균연령도 20대 후반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소통이 원활하다. 늘 참신한 현장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를테면 핵심인재 제도 같은 것이다. 우수 직원을 선발해 매월 30만원의 정기적금을 회사가 지원하고, 5년 뒤 목돈으로 인센티브를 준다. 휴무일에는 모든 공정을 중단한다.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지난달에는 광주연구개발(R&D)특구 제11호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됐다.
이 제도는 R&D특구 입주 기업 가운데 첨단기술제품 생산과 R&D 능력을 갖춘 기업에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등 R&D특구 내 첨단산업 육성에 목적이 있다. 첨단기술기업에 지정되면 △법인세 3년간 100% △재산세 7년간 100% 등 세제 혜택과 R&D특구사업 참여 시 가산점이 부여된다.
강 대표는 “목표는 사업 영역을 광통신렌즈, 레이저, 센서, 광모듈 제작 등으로의 확장”이라면서 “2017년까지 매출액 230억원을 달성, 마이크로렌즈 세계 2위 공급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광통신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광통신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매년 10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원천기술 및 특허와 자체 생산설비를 활용해 파이버 어레이 인터커넥터, 광결합 모듈 등 미래사업 발굴에도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