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네이버, 한국 인터넷산업 새 획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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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한국 인터넷산업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글로벌 메신저 자회사 라인이 다음달 일본과 미국 증시에서 동시 상장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성장시켜 글로벌 증시 두 곳에 상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본사와 별개로 독자 서비스 플랫폼과 비즈니스 역량을 구축한 게 주효했다.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향후 알뜰폰 사업, 광고사업 고도화, 현지 맞춤형 O2O 사업 등 공격적 확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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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기업 가치와 인식 높여…해외 진출 선례

라인 상장은 국내 인터넷기업 해외 진출 성공사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이 인수합병을 거치지 않고 해외 자회사를 세워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시킨 최초 사례다.

해외 자회사가 자국 증시에 상장하거나 국내 증시를 포함해 두 곳에서 상장한 사례는 있었다. 기업은행, LG필립스LCD, 금호타이어, 롯데쇼핑 등이 해외와 국내 증시 양쪽에서 상장했다. 국내 기업 자회사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것은 2011년 넥슨 상장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저평가된 국내 인터넷 기업 가치와 인식을 높였다. 순수 한국 자본으로 이뤄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라인은 네이버 100% 자회사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외국계인지 한국계인지 모를 회사가 아닌 순수 한국 자본으로 이뤄낸 결과”라며 “라인이 평가를 잘 받으면 한국 인터넷기업이 해외 인터넷 기업보다 저평가된 상황을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인은 모회사 네이버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독자 서비스 플랫폼과 사업모델을 구축해 일본, 대만, 동남아 등지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철저히 현지화에 주력했다. 서비스, 스티커 등 지역마다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확대했다. 일본, 태국, 대만에서 1등 국민 메신저로 등극했다. 동남아 최대 시장 인도네시아에서 1위 블랙베리메신저(BBM)를 추격 중이다. 월간활동사용자(MAU)는 3월 말 기준 2억1840만명을 기록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 해외 상장 기업은 영업, 마케팅, 생산 대행 등 제한된 역할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며 “라인은 서비스 초기부터 철저히 독립적 운영으로 현지화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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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1조800억원…글로벌 플랫폼 경쟁 실탄

라인은 상장으로 글로벌 플랫폼 생존 경쟁에서 두둑한 실탄을 마련한다. 라인 주식회사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총 3500만주를 공모한다. 일본 투자자 대상 1300만주, 일본 외 해외 투자자 대상 2200만주다. 상장 예정가는 주당 2800엔(3만244원)이다.

시장에서는 라인 상장 시 시가총액을 6000억엔(약 6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자금 조달 규모는 1000억엔(약 1조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일본기업 IPO 조달로는 최대 규모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일본 내 상장한 상위 10개 기업 전체 공모 금액 총합은 364억7000억엔이다.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공모 조달 금액 기준으로 4위, 일본 기업 중 미국에 상장한 인터넷 기업 가운데 조달 규모 기준 역대 최대다.

라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스마트 포털`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단순 메신저가 아닌 다양한 기업, 서비스와 생활을 연결한다.

그간 라인은 페이스북, 위챗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자금 여력 등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추가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데 네이버가 계속 수혈할 수는 없으니 자체 조달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알뜰폰, 동남아 O2O…사업 확대 탄력

라인은 자금 마련으로 일본 사업 고도화와 동남아 시장 확대에 힘쓴다. 네이버는 상장으로 확보가 예상되는 1조원을 시설투자에 1322억원, 운영에 2700억원, 다른 법인 증권 취득에 1721억원, 기타 4852억원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올해 하반기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다. 라인 광고 플랫폼과 공식 웹앱 출시 등으로 광고 플랫폼 가치를 높인다. 현지 업체와 협력해 배달 등 추가 O2O 서비스를 전개한다. 정 연구원은 “하반기 일본에서 알뜰폰 사업 등이 예정돼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며 “일본 시장에서 추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 태국에서 4월 시작한 배달 O2O 서비스 `라인맨`을 필두로 생활 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고젝 등 현지 업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현지 1위 BBM, 페이스북 메신저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라인라이브, 라인TV, 라인망가 등 일본과 동남아 중심 콘텐츠 사업도 추가 성장을 도모한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뿐만 아니라 최근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 사업이 잘 돼 이번 상장으로 성장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을 상장 지역으로 택한 것이 북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법인 증권 취득을 공식 거론한 만큼 인수합병도 점쳐진다. 다만 유사한 메신저업체 인수 가능성은 낮다. 정 연구원은 “추가로 인수할 만한 메신저가 현재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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