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이 사내유보금 증가가 고용 감소를 의미한다는 정치권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한경연은 9일 `사내유보금의 의미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하고 사내유보금이 투자와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내유보금은 배당과 직접 관계가 있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치권에서 `법인세가 낮아지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기업들 사내유보금만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사내유보금은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 계정을 뜻한다. 기업이 올린 순이익에서 주주 배당을 제외하고 남겨둔 금액으로 기업이익이 현재까지 축적된 금액이다. 이익을 올리는 기업은 사내유보금이 꾸준히 증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가총액 500대 기업 이익잉여금 대비 현금비율은 40.8%를 기록했다. 사내유보금 중 현금은 일부고 나머지는 설비투자, 토지, 자산 등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사내유보와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개념은 주주 배당이라고 밝혔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지 말라는 말은 배당을 늘리라는 것”이라며 “사내유보금이 늘어났으니 투자를 늘리라는 것은 무리한 비약으로 투자, 고용을 늘린다고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용을 늘리는 것은 사내유보금 증가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기존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국내기업 사내유보금은 다른 국가 기업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시총 500대 기업 이익잉여금 합계액은 4조942억달러, 일본 1조4957억달러, 중국 7817억달러, 한국 6058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국내기업 이익잉여금 증가속도가 지난해 1.1%로 같은 기간 일본(13.6%), 중국(4.3%), 미국(1.9%)보다 느리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 현금보유액 규모에서도 미국(1조3106억달러), 일본(6606억달러), 중국(5353억달러)보다 뒤처진 2472억 달러를 기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경제위기 발생주기가 짧아지는 시점에 위기 상황을 대비하려면 적정한 현금 보유가 필요하다”며 “현금 보유, 사내 유보 추이 등 경제영역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제현실 왜곡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2015년 주요국 시총 500대 기업 이익잉여금 및 현금 추이(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