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희귀병`은 단골 소재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만드는 요소인 동시에 조각난 마음이 이 병을 매개로 하나로 뭉쳐지기도 한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나 가족이 겪는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
희귀질환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2만명 이하거나 진단이 어려워서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이다. 터너증후군,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다운증후군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환자가 적은 만큼 치료제도 거의 없다. 약 6000~9000가지 희귀질환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70만명이 희귀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치료제가 거의 없다. 있다 해도 고가여서 맘 놓고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자와 가족 모두 육체 및 정신 고통이 크다.
최근 `희귀병`이 사회를 넘어 산업계까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외치면서 희귀병 정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희귀질환 관리법이 통과되면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맞는 희귀질환 종합5개년 계획 수립의 근거가 마련됐다. 희귀질환 전문 기관 지정, 등록통계 사업 추진, 희귀의약품 생산·판매 지원, 의료비 지원 등도 진행한다. 육체 및 경제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에게 희소식과 같다.
바이오·제약 업계에도 신바람이 분다. 정부는 국내외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이 어려운 희귀의약품 임상시험 횟수 조정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희귀의약품 처리에 관한 세부 규정을 만든다. 길게는 몇 년 걸리는 허가·심사가 간소화된다. 치료제를 애타게 찾고 있는 환자와 규제에 발목 잡혀 있는 기업 모두 웃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매년 5월 23일을 `희귀질환의 날`로 정해 사회의 관심을 높이기로 했다.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희귀질환은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일쑤다. 희귀질환 환자 80%가 유전 요인으로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환자 개인 문제로 방치할 수 없다. 사회의 관심이 중요하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