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정(認定)의 날] "한 번 시험으로 전세계 통용"…무역기술장벽 극복 핵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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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에콰도르는 수입 규제와 자국 내 공장 유치를 목적으로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대한 법정 인증을 강제화했다. 수입 모델별 시험과 인증을 요구해 삼성, LG 등 국내 가전업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현지 정부 및 인증기관과 협상, 한국인정기구(KOLAS)의 국제공인기관 시험성적서를 인정하도록 합의했다. 이를 통해 연간 1200억원에 이르는 수출 규제를 해결하고 현지 시험·인증에 따른 경비 절감과 신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시험·인증기관 능력을 국제 기준에 따라 평가해 자격을 승인하는 `인정(認定·Accreditation)`이 무역기술 장벽을 극복하고 시험·인증 정책의 신뢰 향상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정은 특정의 적합성 평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제3자로부터 공인받는 것이다. 시험·교정·검사 등 적합성 평가를 수행하는 기관의 품질관리체계와 평가인력, 시험장비 운영 능력이 국제기준(ISO/IEC 17025)을 만족시키면 국제인정기구(ILAC·IAF)가 자격을 공인한다. 인정은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가장 신뢰도 높은 적합성 평가 체계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세계시장 단일화에 따라 국제인정 체계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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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정기구 현황] (자료:국가기술표준원)

국내에서는 국제인정기구로부터 자격을 승인받은 한국인정기구(KOLAS), 한국제품인증인정기구(KAS), 한국경영인증인정기구(KAB)가 인정서비스를 수행한다. KOLAS는 지금까지 총 754여개 공인기관을 승인해 운영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시험 476개, 교정 213개, 검사 52개, 숙련도 운영 8개, 메디컬 5개, 표준물질 13개가 공인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원장 제대식)은 9일 충북 진천 본원에서 국제인정기구협의체(ILAC·IAF)가 정한 `세계 인정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서는 시험·인증분야 우수기관(5기관)과 유공자(13명)를 선정해 포상했다. `공공정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서의 인정`을 주제로 기념세미나를 개최하고 의약품 안전 확보와 국제협력을 위한 적합성평가제도, 방산 분야 인증체계에 활용되는 적합성평가제도 등 공공정책에서 국제인정제도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인정기구협의체는 올해 세계 인정의 날 공동 성명에서 공공정책을 뒷받침하는 인정의 기본 목표는 고품질 시험·인증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고 상호 협정한 80여 국가가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최근 국제인정제도 활용 분야는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전통산업 중심에서 의료기관과 의료기기 등 보건·복지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 시험기관 지정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입찰이나 납품용 제품검사 등에 해당 분야의 역량을 인정받은 공인기관과 공인성적서 등이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한국인정기구(KOLAS) 인정제도를 활용하면 80여개 국가와 상호인정협정을 통해 시험 한 번으로 시험성적서와 인증서가 협정 국가 간에 동일하게 통용, 무역 장벽 제거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우리 인정제도가 정부와 지자체 시험·인증 공공정책에 적극 활용, 신뢰성과 공신력을 갖고 국민 행복과 안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정기구(KOLAS)는 국내 의료산업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메디컬시험 기관에 대한 국제상호인정협정(ILAC-MRA) 가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국내에서 발급한 의료시험 성적서가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범부처 참여형 단일 인정체계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해 국무조정실 조정을 거쳐 국가통합인정기구로의 재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분야별로 분산돼 있는 국가 인정체계를 통합,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인정기구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