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상하이TV페스티벌, `중국 드라마 한류 위협`

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방송 콘텐츠 시장 `상하이TV페스티벌(STVF)`은 낯설지 않았다. 중국 방송사 부스 내 시크릿 가든, 용팔이 등 국내 드라마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었다. 중국 유명 드라마 제작사 부스에도 국내 배우가 출연하는 중국 드라마가 눈에 띄게 많았다. 권상우 주연의 `돌아온 사랑`, 구혜선 주연의 `전기대형`, 지창욱 주연의 `나의 남신` 등 STVF에 붙어있는 포스터만 해도 셀 수 없었다.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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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주연의 중국 드라마 `돌아온 사랑` 포스터가 상하이TV페스티벌 중국 제작사 부스에 크게 걸려있다.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인기는 아주 높다. 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방송 프로그램에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런닝맨`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는 가수다` 등과 같은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중국으로 수출돼 현지 예능프로그램을 휩쓸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예능프로그램 중 70% 이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방영된 `태양의 후예`는 아직도 뜨겁다. 태양의 후예 제작에 투자한 화책미디어 측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태양의 후예가 동영상 조회수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드라마 속 송혜교가 사용한 디자인의 가방은 실제 가격의 2배에 팔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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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 최대 방송 콘텐츠 시장 `상하이TV페스티벌(STVF)`이 개막했다.

중국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방송사 CCTV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단지 좋은 콘텐츠와 배우를 찾는다”며 “콘텐츠만 좋으면 국적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3대 드라마 제작사 NCM, 화책미디어 관계자 역시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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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TV에서 방영될 박민영 주연의 `금의야행`

중국은 다른 나라의 인기 콘텐츠 기술력을 흡입하며 성장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한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입해 방영하는 전략을 펼쳐 우리나라 영향이 큰 편이었다. 최근에는 국내 프로그램 포맷만을 수입해 한중 합작 형태로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다.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 제작진 약 40%가 중국인이다. JTBC는 화책미디어와 손잡고 `히든싱어` 공동제작에 나선다. 중국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국내 인기 프로그램 촬영 노하우를 보고 배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이 주도권을 갖고 프로그램 제작에 나설 가능성이 짙다.

화책미디어 부스를 지나다 큰 화면으로 나오고 있는 중국 드라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중국 드라마는 아직 국내 드라마보다 촌스러울 것이란 막연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엄청난 제작비가 느껴지는 화려한 연출과 5분이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흡입력 있는 구성이 국내 드라마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상하이(중국)=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