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와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나라에 이를 판매한 혐의로 미 정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확인될 경우 화웨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가 중단되는 조치를 받을 전망이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 화웨이에 북한과 이란 등 무역제재를 받는 국가에 기술 제품 수출이나 재수출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 북한, 시리아, 수단, 쿠바와 같은 제재를 받는 국가에 미국의 기술이 특정 비율 이상 담긴 상품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들 장비와 부품이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화웨이가 자체적 혹은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들 나라로 보낸 화물 내역에 대한 5년치 기록도 제출하도록 했다.
WSJ은 이번 조사는 미국과 중국 정부 간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새로운 진앙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의 안테나나 기지국 같은 통신 장비는 2012년 미국 의회의 보고서가 나온 후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미 의회는 당시 중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로 감청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여러 차례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지난 3월 초 화웨이의 중국 내 경쟁사인 ZTE는 이란과 다른 나라에 미국 기술이 담긴 상품을 수출해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미 상무부가 제재를 내렸다. 이 때문에 미·중 간에 긴장이 조성됐다. 미 상무부는 3월 후반에 ZTE가 미국 정부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철회하는 데 동의했다. ZTE는 그 이후로 최고 경영자(CEO)를 포함해 최고위급 임원 3명이 갈렸다.
화웨이가 이번 조사에서 북한 등에 미국 정부가 금지한 품목을 수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ZTE와 같은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화웨이는 스웨덴의 에릭슨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며 지난 몇 년간 휴대전화 사업에서 크게 성장했다.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 1분기 화웨이는 세계에서 8.3%의 비중으로 3번째로 큰 스마트폰 생산자가 됐다. 1위는 삼성전자(23%), 2위는 애플(15%)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