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자동차 버전인 `자율주행 자동차` 출발점은 어떻게 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최근 개발되는 자율주행 기술은 어떻게 하면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사람보다 더 효과적으로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자율주행이 운전자 수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운전자 안전을 도와주는 역할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일 것이다.
볼보 플래그십 SUV `더 올 뉴 XC90`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전 트림에 걸쳐 안전을 위한 반자율주행(Semi-autonomous Drive) 기술이 들어갔다. 그동안 대부분 차량에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이 고급 트림에나 들어가거나 선택 스펙으로 분류돼왔다. XC90에는 3가지 엔진 총 7개 트림에 2세대 파일럿 어시스트, 세계 최초 도로이탈 보호 시스템, 업그레이드된 시티세이프티가 모두 적용됐다.
지난 30일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송도까지 진행된 시승행사에서 짧게나마 반자율주행 기능을 접할 수 있었다.
반자율주행 기술 중 첫번째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시스템을 합친 기술이다. 차선이 뚜렷하고 시속 15㎞/h 이상(또는 전방 차량이 감지될 경우)일 때 이 기능을 작동시키면 자동차가 앞차와의 간격을 조정해 가며 스스로 제동과 가속을 번갈아 한다. 곡선에서도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조향하면서 차선 중앙을 유지한다. 인천대교 굽은 길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스티어링 휠을 놓고 있으면 24초간 유지되며, 스티어링 휠에 손만 얹고 있어도 이 기능은 지속된다. 파일럿 어시스트가 작동하고 있는지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나타나 편리하다. 그것도 회색과 녹색으로 작동 여부를 확연히 구분해 주기 때문에 인지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물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시선은 항상 앞을 향하고 있어야 하겠지만, 갑자기 내비게이션을 조작해야 한다든가 하는 순간에 매우 유용했다. 시속 140㎞/h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차선이 비교적 뚜렷한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장거리 주행에서 톡톡히 제 값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도로 이탈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벨트와 시트를 조정해 운전자 부상을 줄이도록 하는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도 기본 탑재됐다. 도로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를 시트에 밀착시켜 흉추나 요추 부상을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볼보의 긴급제동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도 업그레이드 됐다. 앞차와 보행자, 자전거, 큰 동물을 감지해 긴급 제동을 하는 이 시스템은 교차로 추돌을 방지하는 기능까지 추가됐다.
내외부 디자인은 심플 그 자체다. 볼보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외부는 화려함을 좇기보다 실용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한 듯하다. 나무 결이 촉감으로 그대로 전해지는 나무 소재나 카본 소재로 실내를 꾸민 것도 북유럽과 닮았다.
내부 디자인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크기에 다소 인색했던 볼보가 버튼 하나를 남기고 모든 버튼을 9인치 터치스크린에 넣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시원시원하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좌우 스와이핑이나 확대 등의 기능이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사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터치스크린이야 더 없이 편한 도구지만, 자동차에서는 웬만해서는 촉각에 의존할 수 있는 버튼이 편할 수도 있다. 운전하는 동안 터치스크린을 봐야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는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들 무렵, 무릎을 쳤다.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기 힘들다는 터치스크린의 태생적 한계는 반자율주행 기술이 해결해줬으니까 말이다.
인스크립션 이상 들어간 바워스&윌킨스 스피커는 음질은 물론 디자인 요소도 충분하다. 대시보드 위와 1열 좌석 양쪽 도어, 2열 좌석 양쪽 도어 등 총 19개의 스피커가 설치됐다. 뒷좌석에는 에어 서브우퍼와 하만 카돈의 고출력 D 앰프까지 설치해 실내 공간을 꽉 채우는 사운드를 낸다. 음향모드는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의 3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시트도 눈여겨 볼 만하다. 1열부터 3열까지의 시트 높이가 모두 다르다. 이로 인해 차량 내 모든 탑승자가 탁 트인 전방을 볼 수 있다. 넓은 공간 덕에 3열 좌석까지도 170cm 키의 기자가 탑승할 만 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