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콘텐츠 암호화 표준 사실상 확정...제조사, 케이블TV 반대

지상파 방송사가 추진 중인 초고화질(UHD) 콘텐츠 암호화 표준이 총회 통과를 제외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 오는 29일 열리는 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UHD 표준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글로벌 표준과 다른 국내만의 규격인데다, 기존 UHD TV와 호환성 문제, 추가 비용 부담 등 많은 문제에도 지상파가 표준화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케이블TV, 가전사는 UHD 콘텐츠 암호화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난달 31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지상파 방송사가 제안한 `콘텐츠 보호`를 `지상파 UHD 송수신 정합 표준` 항목으로 통과시켰다. `콘텐츠 보호`는 지상파TV UHD 콘텐츠에 수신제한시스템(CAS)을 적용, 암호화해 송출하는 것이다.

기술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지상파TV 콘텐츠 보호는 TTA 표준이 되기 위한 전 단계를 모두 넘어섰다. 남은 절차는 오는 29일 열릴 예정인 TTA 총회다. 총회에서 `지상파 UHD 송수신 정합 표준`이 통과되면 TTA 단체표준이 된다. TTA 단체표준은 민간 표준이지만, 국내 산업에는 큰 영향력을 미친다.

지상파 방송사는 암호화 도입이 불법 지상파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TV와 인터넷 불법유통을 막기 위한 기반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케이블TV와 가전사는 지상파TV 주장에 반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유료방송과 가전사에 비용 부담이 전가된다는 점이다. 가전사는 CAS 솔루션 탑재를 위한 기술개발과 솔루션 사용 비용이 발생하고, 유료방송 역시 셋톱박스에 추가로 CAS 모듈을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가전사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용 TV를 별도로 개발하는 불편이 생긴다.

기존에 판매한 UHD TV에 대한 호환성 확보, 외산 TV를 구입한 소비자의 불편, 역직구 등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 피해 등 복잡한 문제가 우려된다.

콘텐츠 암호화 기술 역시 보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국내 지상파 방송만 암호화 기술을 도입할 경우 국내용 제품을 향해 추가 개발해야 하고,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면서 “기존에 판매한 TV에 대한 업그레이드 등 문제요소가 많다”고 난색을 표했다.

케이블TV 관계자도 “비용도 문제지만 가장 최신의 진화된 디지털 콘텐츠 보호 규격인 고대역 디지털 콘텐츠 보호(HDCP) 2.2도 지난해 말 해킹됐다”며 “지상파가 주장하는 콘텐츠 보호 암호화는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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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총회 표결 관건은 통신사 입장이다. TTA 전체 의결권의 39.5%(207표)를 가진 통신 3사가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직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한 뒤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TTA 총회는 각 회원사 투표로 표준 채택 여부를 정한다. 총 투표수(523표) 3분의 2 이상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단체표준이 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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