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중국 화웨이가 한국 삼성전자를 상대로 스마트폰 관련 특허 침해를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삼성이 △4G 통신기술과 관련 특허 △시스템 운영과 관련 특허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등 총 11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화웨이는 5만377건 등록특허(2015년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에 매출액의 15%에 해당하는 92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바 있다. 또한 화웨이는 이미 2012년을 기점으로 에릭슨을 추월해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가 성명서를 통해 “삼성은 화웨이의 연구개발 투자와 특허권을 존중해 특허권 침해를 중단하고 필요한 라이선스를 획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이번 소송을 통해 기술력 홍보와 상호 라이선스(cross license) 체결을 원하는 것으로 분석돼 최종 판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중국 업체의 특허공격이 본격화되는 징후일 수 있다.
이미 화웨이는 2014년 3442건 국제특허출원(PCT)을 기록해 2위인 퀄컴(2409건)을 크게 앞선 바 있으며, 2015년 역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중국 ZTE가 퀄컴에 이어 3위(2155건)에 위치했고, BOE가 14위, 텐센트가 20위를 차지하였다. 중국 출원인의 PCT 출원은 2015년 기준으로 2만9846건에 달한다. 2011년 이후 연간 11.6% 성장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화웨이는 2015년 1953건을 출원해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4G 관련 표준특허만 해도 2015년 초 기준으로 600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G2로 불리는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특허경영에 나선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화웨이는 미국 텍사스에서 T-모바일(T-Mobile)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모토롤라와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독일, 프랑스, 헝가리 및 중국에서 ZTE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 뿐 아니라 2006년 네텍테크놀로지는 미국 법원에 USB 플래시 메모리 관련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창조우 컴퍼니는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등을 상대로 GPS 장치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애플은 화웨이가 보유한 769건 특허에 대해 수억 달러에 이르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으며, 에릭슨은 화웨이와 상호 라이선스(cross license)를 맺고 있다. 2016년 2월 샤오미는 인텔로부터 332건 미국 특허를 매입하였다. 또한 2015년 중국 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특허를 거래한 건수는 11만건에 이르며, 라이선스도 1만6514건에 이른다.
또한 중국 내에서는 지난 2월 중국의 IWN컴(IWNCOMM)은 소니를 상대로 3336만위안(약 60억원) 규모의 특허침해소송을 베이징 IP법원에 제기하는 등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급격히 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중국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은 2015년 3만5844건에 달했고, 그 중 특허침해 관련 소송이 1만4202건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중국 내 소송은 내국인들간의 소송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점차 외국기업을 겨냥한 특허침해소송이 2012년 4%(90건)에서 2013년 11.1%(562건)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또한 중국 정부와 기업은 올초 베이징에 1800억원 규모의 베이징 핵심산업 IP운영펀드(Beijing Key Industry IP Operation Fund)를, 쓰찬성에 1,260억원 규모의 쓰촨 IP 운영펀드(Sichuan IP Operation Fund)를 각각 조성하는 등 지식재산권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중국 행보와 공세에 대한 우리 준비정도는 어떤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해외 지재권 분쟁은 중국에서 36.6%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중소 및 벤처기업 비중이 81.3%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 절대 다수는 중국 지식재산 관련 전문인력이 없어 외부 전문가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나 중국 관련 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 모 변리사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중국어 가능 변리사는 채 10명이 채 안 돼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 등에서는 중국 변리사를 소수 고용하고 있는 것이 중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력의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결국 중견·중소기업이나 중소 규모 특허사무소는 중국 지식재산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으며, 이로 인해 실제 업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번역으로 중국에서 특허권 획득에 실패하거나, 특허권을 받았는데 적절한 권리범위를 확보하지 못 해 쓸모없는 특허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송이라도 제기되거나 침해자를 적발해 소송을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전문가 도움을 받기 어려워 중국 현지 로펌이나 특허사무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이 없으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중국시장에서 △불리한 라이선스를 맺거나 △침해에 대해 손을 놓거나 △최악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필자 회사도 중국 비즈니스가 많은 관계로 중국 특허에 대한 조사와 계약, 중국에서의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을 다수 진행한다. 필요한 중국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특허청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중국어가 가능한 지식재산 전문가 양성에 힘을 써야 할 때이다. 단순히 중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중국 지식재산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갖춘 변리사와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제부터 본격화될 중국발 지식재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 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 팀장 bwpark@hites.co.kr
과학 많이 본 뉴스
-
1
루닛 “AI 활용하면 응급환자 분류 시간 77% 감소”
-
2
새해 대형병원 차세대 사업 막 올라…수주전 후끈
-
3
성남산업진흥원, 산업안전·준법경영 강화 위한 업무협약 체결
-
4
KAIST, '호버 바이크' 핵심 기술 개발…접근 어려운 지역 구조 등 활용 기대
-
5
한눈에 보는 CES 2025 'CES 2025 리뷰 & 인사이트 콘서트' 개최한다
-
6
분당서울대병원, 경기도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 현장 점검
-
7
중앙대광명병원, 부정맥 치료 권위자 임홍의 교수 초빙
-
8
전국 나노인프라 공정서비스 역량고도화 역점…기업 '기술경쟁력' 확보 돕기 위해 달린다
-
9
[IITP 리뷰 원] 혁신적인 기술이 바꿀 미래 세상 '양자컴퓨팅'
-
10
웹케시글로벌·비에스지원, 베트남 DX시장 협력...현지 기업 데이터 통합 솔루션 제공
브랜드 뉴스룸
×